그러나 이런 국내변수가 가져다주는 불안보다 훨씬 더 불안한 것은 환율이다. 작년 초만 해도 달러 당 1100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1300원을 넘기고 있다. 7개월 사이에 11%나 올랐다. 너무 빠르다. 가파른 환율상승이 특별히 불안을 주는 이유는 혹시 외환위기가 올지 모르는 걱정 때문이다. 원화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외국인 국내투자가가 환차손을 우려해 팔고 나가는 것은 물론 국내투자가들도 환차익을 노리고 자본을 해외로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러가 부족하면 곧바로 외환위기가 닥치게 된다. 달러가 부족하게 되는 이유는 수출이나 차관도입이나 외국인투자로 들어오는 달러공급보다 수입대금 지급이나 외국인투자회수 때문에 발생하는 달러수요가 더 많아서 발생한다. 올해에는 스리랑카가 외환위기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1997년과 2008년 두 번이나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거 두 번의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아르헨티나나 스리랑카 위기와는 다르다. 아르헨티나나 스리랑카는 기본적으로 외환보유액 자체가 적고 또 달러를 벌어들일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외환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1997년이나 2008년에 수출산업도 튼튼했고 또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외환보유액만 해도 1997년에 204억 달러였고 2008년에도 2012억 달러나 되었다. 충분한 달러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에 빠졌던 이유는 외환위기 발생 이전에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96년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332억 달러였는데 일년 사이에 204억 달러로 128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2007년도에도 외환보유액은 2662억 달러였는데 2008년 2012억 달러로 650억 달러가 새어 나갔다. 이 두 사실은 외환보유액이 완전 고갈이 되기 이전에 외환위기가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왜 급격히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는가 하는 점과 왜 ‘충분히 외환보유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가 나타났는가 하는 점이다. IMF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경상수지 악화였다. 1996년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245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게다가 김영삼 정부의 무모한 세계화 전략에 따라 해외투자 유출이 크게 늘었다. 외국에서 500억 달러 이상 빌려오는 바람에 1996년에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입이 막힌 1997년에 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도 비슷하다. 2007년 104억 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가 2008년 17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투자였다. 2008년 국내기관의 해외투자(유출)는 235억 달러였다. 그 위에 미국 금융위기로 해외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259억 달러였다. 합하면 494억 달러가 유출된 셈이다. 위 두 경우 모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할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즉 만일의 비상사태에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표]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
외환보유액 | 경상수지 | 금융계정수지(*2) | 원화환율(%)(*3) | ||
IMF위기 | 1996 | 332 | -245 | 235 | 4.4 |
1997 | 204 | -108 | 177 | 18.2 | |
금융위기 | 2007 | 2622 | 105 | -171 | -2.8 |
2008 | 2012 | 18 | 65 | 18.7 | |
현재 | 2021 | 4631 | 883 | -814 | -3.0 |
2022.상 | 4383 | 191.7(*1) | -768 | 10.3 |
(*1) 2022년 5월까지
(*2) (-)는 해외유출 (+)는 해외유입
(*3) 평균환율(전년동기비)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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