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능굴능신' 아베를 향한 중국의 '복잡'한 평가

2022-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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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관계 발전 기여했지만…"

"사임 후 대중 강경발언…언행불일치"

"중국서 이미지 최악의 日 정치인"

"일본 우익 가속화···중·일관계 영향 미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평가가 복잡한 아베, 중·일 관계에 뭘 기여했고, 뭘 망가뜨렸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9일 온라인에 게재한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에 관한 기사 제목이다. 중국의 아베 전 총리를 향한 복잡한 속내가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환구시보를 통해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최장기 집권 총리로 재임 기간 중·일 관계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반중 발언을 쏟아내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또 아베 전 총리 사망이 중·일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도 전망했다. 
 
"중국서 이미지 최악의 일본 정치인"
일본 문제 전문가인 류칭빈(劉慶彬) 중국 화차오(华侨)대학 객원교수는 팔면영롱(八面玲瓏, 모든 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다), 능굴능신(能屈能伸, 상황에 따라 굽히고 펼 줄 안다), 두 단어로 아베 전 총리를 평가했다. 그만큼 처세술에 능했다는 뜻이다. 

류 교수는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공개적으로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중·일 관계 개선의 기회를 보여줬다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그의 노력과 기여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이어 “하지만 2020년 8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사임한 후, 그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류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중국에 대한) 진짜 생각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는 이번 세기 일본 정계의 대체 불가능한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왕젠(王鍵)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총리직 사퇴 후) 중국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태도는 달라졌다”며 “신뢰할 수 없는 정치적 본색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왕 연구원은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 사퇴 후 대만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하는 등 과거 그가 중·일 관계 회복 시기에 했던 중국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거의 대부분 뒤집었다”며 “오늘날 중국인의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복잡하다”고 진단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심지어 아베 전 총리를 '배우'라고 표현했다. 뤼 연구원장은 “아베는 집권 기간, 특히 경제 방면에서 중·일 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고려함으로써 일본에 실질적 이득을 가져왔다”며 “그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이는 중·일 관계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총리직 사퇴 후 총리라는 직위의 구속에서 벗어나면서 '마음 속의 말'들을 더 많이 했다”며 “특히 대만해협 문제에 있어서 함부로 거리낌 없이 말했다”고 꼬집었다. "대만을 무력통일하면 베이징은 ‘경제적 자살’을 초래하는 것이다", "‘대만에 일이 생기면 일본에도 일이 생긴다"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아베 전 총리는 중·일 관계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중·일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며 "중국에서 이미지가 가장 안 좋은 일본 정치인”이라고 진단했다.

후 전 편집장은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언행이 불일치했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집권 후기엔 미국의 대중전략 변화에 적극 영합함으로써 중·일 관계 악화를 초래했고, 총리 사퇴 후에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일본 우익 가속화···중·일관계 영향 미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진=신화통신]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 정계에는 큰 파장을 불러오겠지만, 중·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왕젠 연구원은 “현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외교 정책과 대중 정책을 갖고 있다”며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중·일 관계, 미·일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왕 연구원은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정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 만큼, 일본 자민당 내 계파 분열, 내부 투쟁 등으로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것이 기시다 정권의 집권 안정성에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왕 연구원은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족쇄와 구속이 없어져 기시다 총리 집권엔 오히려 더 유리할 것"이라며 평화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려는 일본 우익의 행보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특히 그는 자민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향후 3년간 큰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 맞이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방위백서·국가안보전략 개정, 방위비 예산 2% 향상 등 주요 시정 과제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일 것으로 내다봤다.

루하오(盧昊)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종합전략실 부주임도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은 일본 정계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일본 국가 궤도나 지역 형세를 직접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해상자위대 근무 경력이 있는 40대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에 대해 "경악한다"며 유족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어 "아베 전 총리는 이전에 중·일관계 개선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등 국가 지도자는 아직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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