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의 사명 변경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사명을 바꾸는 이유는 회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업방향을 뚜렷이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금융당국이나 기관에서는 증권사들의 사명 변경을 수개월 늦게 반영하거나 공식 사용 이전에 자의적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올투자증권 사명을 여전히 케이티비투자증권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사라진 ‘전담투자상담사’ 항목을 2018년까지 방치해 논란이 됐었다. 이번 사명 변경 건도 늑장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3월 출범한 지 20년 만에 기존 KTB투자증권에서 사명을 바꿨다. 현재 다올투자증권은 금감원에 사명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놓은 상태이며, 올 상반기 이후 업데이트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변경된 사명이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가 사명 변경을 문의할 경우 공문 등을 확인한 후 협회 전자공시 서비스 등에 반영하는 절차를 밟는다”며 “하나금융투자 쪽에서 정식적으로 사명 변경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나금융투자는 협회에 보낸 사명 변경 관련 공문에도 공식변경 일자를 표기해놨다는 설명이다. 앞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변경된 하나증권을 7월 1일부터 공식 사용하기로 했다.
이같이 금융당국과 기관은 일관되지 않은 태도로 사명 변경에 대응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명을 바꾸고 있다. 광고비용, 영업점 간판교체 등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만, 사업방향을 보다 명확히 하고 회사 정체성을 확립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사명변경 비용으로 30억원이 들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월 ‘미래에셋대우’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영업외비용 566억원이 발생했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2020년 4월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며 사업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사명을 바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정체성, 이미지 쇄신 등 회사의 주요한 결정사항 중 하나”라며 “금융소비자 혼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과 기관의 좀 더 세밀한 절차개선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