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오르는데도 또 졸속"…근로복지공단, 고용보험 잡음 '지속'

2022-06-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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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노무 제공자 필요경비 개정안 3일전 통보

고용노동부 "시행령 개정내용 한꺼번에 공지하다 보니 불가피"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라이더보호법 촉구 등을 위해 열린 5회 라이더유니온 라이더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의 졸속행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배달대행 플랫폼사에게 당장 내달 1일부터 변경되는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경비율을 3일 전 일방적으로 통보한 탓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비율 변경은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해 업계는 물론 배달 라이더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급작스럽게 통보했다는 점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배달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된 고용보험 의무화가 현장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진행되다 보니 결국 정책 시행의 모든 과정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2년 5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근로복지공단 “라이더 고용보험 공제율 변경 3일 전 통보”

29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노무제공자의 기준보수 및 보수액에서 제외하는 필요경비’ 고시 개정안을 시행 3일을 앞두고 배달대행플랫폼사에게 행정예고 공고문을 배포했다.

고용노동부 측에선 해당 공고문을 지난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했다고 전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전달받고 플랫폼사들에게 배포한 일정은 지난 28일 오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에는 배달 라이더와 방문판매·대리기사·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직종별 달라진 필요 경비율의 내용이 담겼다.

배달 라이더의 경우 필요 경비율이 기존 30.4%에서 27.4%로 낮아졌다. 필요 경비율은 업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드는 비용을 뜻한다. 통상 건당 보험료는 ‘{기사 순수익-(기사순수익X필요경비율)}X보험료율’로 결정된다.

즉 필요경비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올라가고 필요경비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낮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예를 들어 1건의 배송료가 4500원이고 지점 처리비가 500원일 경우 해당 건에 대해 종사자와 사업주가 각각 부담하는 고용보험료는 약 23원이 되는 것이다.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되는 배달 라이더의 월 소득 기준도 낮아졌다. 필요경비율이 변경되며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 기준이 실소득 월 114만원에서 월 110만원으로 바뀐 것이다. 그간 라이더들은 월 소득에서 30.4%를 공제한 것에 고용보험료율인 0.7%를 곱한 만큼 고용보험료로 내왔다.

다만 배달 라이더들에겐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 기준이 확대된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근로자 고용보험에 이어 노무제공자 고용보험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시내의 한 교차로를 지나는 오토바이 모습들. [사진=연합뉴스]

◆ 배달 대행 플랫폼社 잇단 졸속행정에 ‘날벼락’

정부의 ‘졸속 입법’으로 피해를 본 건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도 마찬가지다. 필요경비율 변동으로 그간 구축해놓은 보험료 정산 시스템을 전부 다시 손봐야 하는 것은 물론 하루빨리 전국에 퍼져있는 라이더들과 배달 대행 지점에 개정안 내용을 공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배달 라이더들에 대한 고용보험 관리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가 이용계약을 맺고 사업주와 노무제공자가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경우 플랫폼사업자가 사업주 대신에 고용보험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해서다.

한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필요경비율 변동이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큼에도 시행 3일 전 해당 내용을 통보하는 것부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라며 “개정이 분명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닐 텐데 늘 현장에는 이렇게 다 변경되고 나서 전달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정부가 미리 전달해줘 사전에 대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가뜩이나 고용보험 시행도 연초에 급작스럽게 추진돼 플랫폼 운영사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법 개정까지 졸속으로 시행되면 그에 대한 반발은 결국 라이더의 고용보험관련 업무를 이행하고 있는 플랫폼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배달대행 플랫폼 운영사들은 연초부터 시행된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의무가입 제도’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본지 6월 22일 보도)며 대책 마련을 호소한 바 있다.
 
◆ 사실상 졸속인데...고용노동부 “졸속 아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다소 억울하단 입장이다. 7월 1일부터 화물차주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기술자, 관광통역사 등 새로운 직종이 추가됨에 따라 추가적인 시행령 개정 과정을 거치느라 불가피하게 통보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오는 7월 1일부터 새롭게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업종에 대한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타 업종만 미리 관련 내용을 공지할 수 없었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정리해 공지한다고 한 건데, 현장에서는 너무 늦게 나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필요경비 인상 기준에 대한 질문에서는 “필요경비를 산정하면서 기준이 되는 공제율은 국세청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답변하긴 어렵다”면서 “배달 라이더의 필요경비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업종별 소득 수준에 따라 올라간 직종도 있고, 내려간 직종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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