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내리는데, 기름값은 왜 오르나...정부는 정유업계 때리기 준비 중

2022-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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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6월 넷째 주(6월 20~23일)에만 10달러 가까이 내렸음에도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은 멈출 줄을 모른다. 이에 정부는 정유업계에 대한 담합 단속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제유가 선물시장 축소를 석유제품 가격과 곧바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만큼 주유소와 소비자 간, 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원유 선물시장 충격...석유제품 수급과 무관하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두바이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8.05달러 내린 배럴당 108.3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전주 대비 6.34달러 내린 배럴당 112.64달러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주 대비 9.42달러 내린 배럴당 107.04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한다고 밝힌 16일부터 연일 내림세다. 원인은 선물시장에 있다.
 
지난 24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의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62달러로 6월 평균 가격인 115.54달러를 하회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날인 지난 16일(117.59달러)과 비교하면 10달러가 떨어졌다.
 
런던 국제 석유거래소(IPE)에서 브렌트유의 선물 가격도 24일 기준 배럴당 113.12달러로 월평균 가격(117.83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원유 선물거래 시 발생하는 이자 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원유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원인이다. 결국 이는 현물시장에서의 원유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실질적인 원자재 구매 비용이 증가한 것도 원유 표기 가격 하락과 연관이 있다. 
 
반면 석유제품 수요는 여전히 공급량 대비 높은 수준이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비톨(Vitol)사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석유 시장이 고유가와 경기 침체 우려에도 2023년까지 수급이 타이트할 것이며, 높은 유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EIA) 역시 올해만 세계적으로 2조4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투자가 이뤄짐에도 공급부족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여전히 석유제품 수요는 많으며, 공급량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제유가가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도 있으나 현재는 두 가격 지표가 다르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 석유제품 가격은 여전히 역대 최대치...고환율에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
 
이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가격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6월 넷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경유(0.001%) 가격은 배럴당 181.03달러로 전주 대비 0.68달러 내리는 데 그쳤다. 오히려 지난 21일에는 배럴당 186.08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배럴당 1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인데, 당시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전후인 것을 고려하면 1300원을 앞둔 현재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휘발유(92RON) 가격은 전주 대비 2.9달러 내린 배럴당 147.83달러를, 등유는 2.17 달러 내린 배럴당 167.59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을 결정하는 것은 석유제품 가격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34.8원 오른 리터당 2115.8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44.5원 오른 리터당 2127.2원이다.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43.4원 오른 리터당 2015.2원으로, 경유는 104.9원 오른 리터당 2089.8원으로 집계됐다.
 
◆ 정부는 결국 정유업계 때리기...업계는 "자유시장경제 원칙 위배" 주장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탈동조화로 인해 기름값 하락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졍유업계의 폭리, 주유소의 담합에 따른 단속'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 전까지는 기름값을 획기적으로 내린다는 목표를 정하고, 정유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의 일부를 반환하거나 이익의 일부를 공급가에서 차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주유소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담합 조사를 실시해 일종의 기름값 인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의 상당 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내수 시장은 사실상 제로 마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당장은 호황으로 보이지만 이어질 유가 폭락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6월 넷째 주 정유사 정제마진은 배럴당 29.5달러로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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