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겪었다. 한 달여를 무기력하게 살았다. 이제 꽤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들이 가슴을 짓눌렀다. '일상에서 벗어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란 생각에 정선(강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파란 하늘 아래 때 묻지 않은 산자락이 그림처럼 펼쳐진 고장, 정선은 보물과도 같았다. 청정 자연 정선이 보여주는 풍광은 무너져내리던 마음에 안정을 안겼다. 진정한 '치유'였다.
◆지반 침체로 주저앉은 갱도, 생태못으로···도롱이 연못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관광 곤돌라에 몸을 싣고 오르길 약 15분. 해발 1340m 마운틴탑에 도착하니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잠시 눈을 감고 차디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눈을 떠 발 아래 수려하게 펼쳐진 산세를 일별하듯 훑어보고 다시 눈을 감기를 반복했다.
"도롱이 연못 한번 가볼래?" 지인의 권유가 적막을 깨웠다.
마운틴탑에서 탐방로를 따라 약 1.5㎞ 내려가면 도롱이 연못이 자리하고 있단다. 그리 긴 길도 아니고, 길도 험준하지 않아 제안을 수락했다.
전날 비가 내려 길은 한층 미끄러웠고, 좁은 산길 사이로 초록빛 잎사귀는 그 빛이 더 짙어졌다.
그늘에 덮인 길을 천천히 걸었고, 풀 내음을 맡았다.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조성한 '산돈퇴치종(山豚退治鐘)', 숲 기운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가라는 '등지압 쉼터'도 눈길을 끌었다. 숲길을 처음 걷는 것도 아닌데 모든 풍광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30분 걸으니 거대한 연못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도롱이 연못에 닿았다. 못 둘레가 한눈에 담길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1970년대 석탄을 캐던 갱도가 지반 침하로 주저앉으면서 만들어진 생태연못이다. 화절령 일대에 거주하던 광부 아내들은 이곳 연못에 도롱뇽을 방생하고 탄광으로 일 나간 남편들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기도했단다. 아내들은 도롱뇽이 살아 있으면 남편도 무사할 거라고 믿었다. 못 이름인 '도롱'도 여기서 유래했다.
도롱이 연못은 석탄 산업이 활발했던 당시 채굴한 석탄을 나르기 위해 트럭들이 지나던 '운탄고도'와 연결된다. 해발 1100m 고지와 능선을 걷는 색다른 경험을 즐겨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연못 광경은 더욱 신비롭다. 낙엽송에 둘러싸인 산중 호수의 수면은 고요한데 마음의 물결은 일렁인다. 신비로운 풍광이 애잔한 마음마저 뒤덮어 고요하게 한다.
파란 하늘 아래 때 묻지 않은 산자락이 그림처럼 펼쳐진 고장, 정선은 보물과도 같았다. 청정 자연 정선이 보여주는 풍광은 무너져내리던 마음에 안정을 안겼다. 진정한 '치유'였다.
◆지반 침체로 주저앉은 갱도, 생태못으로···도롱이 연못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관광 곤돌라에 몸을 싣고 오르길 약 15분. 해발 1340m 마운틴탑에 도착하니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잠시 눈을 감고 차디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눈을 떠 발 아래 수려하게 펼쳐진 산세를 일별하듯 훑어보고 다시 눈을 감기를 반복했다.
마운틴탑에서 탐방로를 따라 약 1.5㎞ 내려가면 도롱이 연못이 자리하고 있단다. 그리 긴 길도 아니고, 길도 험준하지 않아 제안을 수락했다.
전날 비가 내려 길은 한층 미끄러웠고, 좁은 산길 사이로 초록빛 잎사귀는 그 빛이 더 짙어졌다.
그늘에 덮인 길을 천천히 걸었고, 풀 내음을 맡았다.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조성한 '산돈퇴치종(山豚退治鐘)', 숲 기운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가라는 '등지압 쉼터'도 눈길을 끌었다. 숲길을 처음 걷는 것도 아닌데 모든 풍광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 30분 걸으니 거대한 연못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도롱이 연못에 닿았다. 못 둘레가 한눈에 담길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1970년대 석탄을 캐던 갱도가 지반 침하로 주저앉으면서 만들어진 생태연못이다. 화절령 일대에 거주하던 광부 아내들은 이곳 연못에 도롱뇽을 방생하고 탄광으로 일 나간 남편들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기도했단다. 아내들은 도롱뇽이 살아 있으면 남편도 무사할 거라고 믿었다. 못 이름인 '도롱'도 여기서 유래했다.
도롱이 연못은 석탄 산업이 활발했던 당시 채굴한 석탄을 나르기 위해 트럭들이 지나던 '운탄고도'와 연결된다. 해발 1100m 고지와 능선을 걷는 색다른 경험을 즐겨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연못 광경은 더욱 신비롭다. 낙엽송에 둘러싸인 산중 호수의 수면은 고요한데 마음의 물결은 일렁인다. 신비로운 풍광이 애잔한 마음마저 뒤덮어 고요하게 한다.
◆동강 줄기를 향해 날다···병방치 집와이어
정선의 뷰 포인트로 꼽히는 병방치로 향했다. 영월 선암마을과 함께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어 인기 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이 한반도 지형을 사진 한 장에 담기 위해 전망대 산책로를 향해 걸었다.
병방치는 병방산(861m) 중턱에 있는 고갯마루다. 1978년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산 아랫마을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읍내로 가려면 한참 걸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지금이야 차에 몸을 싣고 가뿐하게 올라올 수 있으니 그저 장쾌한 풍광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에 감탄하면 그만이지만, 당시 지역민들은 생필품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두발로 굽이굽이 산자락을 오르내렸을 게다. 그러다 한반도 지형을 만든 물줄기를 보며 가쁜 숨을 고르고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으리라.
산골 사람들의 온갖 애환을 품은 병방산 전망대는 2012년 스카이워크(Sky Walk)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병방산 전망대에 조성된 투명한 U자형 조망대다.
말 그대로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천 길 낭떠러지와 휘몰아치는 동강 줄기가 아찔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아찔한 것은 따로 있다. 스카이워크에 발을 내디디려면 신발에 덧신을 신어야 하는데, 이 덧신이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덧신을 빨리 벗어던지고 나와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한반도 지형이 더 명확한 모습으로 눈에 담긴다.
이제 병방치의 하이라이트 '집와이어(Zip-Wire)' 탑승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정선의 새로운 레포츠로 입소문이 난 집와이어는 스릴감이 최고다.
집와이어는 병방치 스카이워크와 광하리 생태체험학습장을 연결한다. 계곡과 계곡 사이를 쇠줄로 연결한 도르래를 이용해 최고 시속 120㎞로 활강한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동강 줄기를 향해 훨훨 날았다. 스카이워크에서 봤던 물줄기와 한반도 지형을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신나게 내달렸다. 동강의 속살을 향해 허공을 헤치고 달려가는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이 벅차올랐다. 짚와이어가 무서웠는지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상념조차 줄행랑칠 정도였달까.
정선의 뷰 포인트로 꼽히는 병방치로 향했다. 영월 선암마을과 함께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어 인기 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이 한반도 지형을 사진 한 장에 담기 위해 전망대 산책로를 향해 걸었다.
병방치는 병방산(861m) 중턱에 있는 고갯마루다. 1978년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산 아랫마을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읍내로 가려면 한참 걸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지금이야 차에 몸을 싣고 가뿐하게 올라올 수 있으니 그저 장쾌한 풍광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에 감탄하면 그만이지만, 당시 지역민들은 생필품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두발로 굽이굽이 산자락을 오르내렸을 게다. 그러다 한반도 지형을 만든 물줄기를 보며 가쁜 숨을 고르고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으리라.
산골 사람들의 온갖 애환을 품은 병방산 전망대는 2012년 스카이워크(Sky Walk)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병방산 전망대에 조성된 투명한 U자형 조망대다.
말 그대로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천 길 낭떠러지와 휘몰아치는 동강 줄기가 아찔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아찔한 것은 따로 있다. 스카이워크에 발을 내디디려면 신발에 덧신을 신어야 하는데, 이 덧신이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덧신을 빨리 벗어던지고 나와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한반도 지형이 더 명확한 모습으로 눈에 담긴다.
이제 병방치의 하이라이트 '집와이어(Zip-Wire)' 탑승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정선의 새로운 레포츠로 입소문이 난 집와이어는 스릴감이 최고다.
집와이어는 병방치 스카이워크와 광하리 생태체험학습장을 연결한다. 계곡과 계곡 사이를 쇠줄로 연결한 도르래를 이용해 최고 시속 120㎞로 활강한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동강 줄기를 향해 훨훨 날았다. 스카이워크에서 봤던 물줄기와 한반도 지형을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신나게 내달렸다. 동강의 속살을 향해 허공을 헤치고 달려가는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이 벅차올랐다. 짚와이어가 무서웠는지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상념조차 줄행랑칠 정도였달까.
◆해사하게 웃는 꽃 무리 만나고 품격 있는 식사로 마무리
하늘빛이 짙어질 즈음 샤스타데이지 군락에 도착했다. 해마다 6월이면 하이원리조트 밸리콘도 일대에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한다. 국내 최대 규모다. 해사하게 웃는 소녀를 연상케 하는 샤스타데이지는 7월까지 순백의 자태를 뽐낸다.
리조트는 2006년 스키장 오픈 이후 매년 야생화 식재를 통해 슬로프 녹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해 스키 슬로프에 샤스타데이지 씨앗을 뿌린다. 드넓게 펼쳐진 순백의 꽃 무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퍼져나갔고, 사진 촬영 명소로 금세 입소문이 났다.
충분히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골프 카트'에 몸을 실었다.
리조트 측은 골프 카트를 운전해 60분 동안 왕복 7㎞에 이르는 야생화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하늘길 카트투어' 상품을 운영 중이다. 스키 슬로프 언덕을 걸어오르는 것이 힘든 이들은 이 상품을 많이 이용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샤스타데이지 밭에 발을 디뎠다. 외래종인 샤스타데이지는 순백의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구절초와 비슷하다. 모양이 달걀 프라이(사실 크기는 메추리알 프라이 정도다)와 꼭 닮았다.
빼곡히 피어난 데이지의 자태는 그 자체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넓은 들판을 가득 채운 샤스타데이지에 마음을 뺏긴 채 시간을 보냈다. 하얀 꽃잎이 전하는 순수한 느낌은 어지러운 마음마저 환하게 밝혔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을 찾았다는 사진 동호회원 수십명도 같은 마음인 듯했다. 이들은 꽃밭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50대 이상인 중년층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하늘거리는 샤스타데이지 자태에 푹 빠져 상념을 떨쳐내길 수십 분. 슬슬 배가 고파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때를 놓칠 순 없었다. 부랴부랴 '운암정'으로 향했다. 운암정은 하이원리조트 내 식음업장 중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운암정은 2007년 드라마 '식객' 세트장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한식당으로 운영됐다. 초기에는 한식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식객' '대장금' 등 당시 유행 사극 드라마에 소개된 음식을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찾지는 않았다. 높은 가격이 이유였다.
지난해 12월 새 단장을 마친 운암정은 전통 한정식을 선보이던 식당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연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전통주와 토속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주점 '운암작가'를 추가로 개관했다.
'잔에 술을 따르고 부어 마시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운암작가(酌家)는 전통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일반 주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문턱을 낮추니 많은 이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탁주, 청주 등 37여종의 전통주와 토속음식이 포함된 안줏거리를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판매하는 운암작가는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되며, 전일 오후 6시면 예약을 마감한다. 사전 예약을 놓친 고객은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에서 '도원결의 세트' 등 간단한 술상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운암정에서는 코스 메뉴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전통주 가짓수와 양에 따라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무취작품'부터 '반쯤 취기가 오른다'는 의미인 '반취작품', 그리고 '가득 차 하늘이 돌 만큼 취기가 오른다'는 의미인 '만상작품' 등이 추천하는 코스 메뉴다.
여기에 전통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탁주 3종으로 구성된 '탁주작품', 약주 5종으로 구성된 '약주작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홍시가 들어간 해산물 냉채를 비롯해 정선 특산품 곤드레 나물과 버섯을 넣은 불고기 전골 등을 고루 맛봤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여기에 혀끝까지 달큰해지는 전통주가 음식의 풍미를 더했다.
과거 '석탄'으로 이름깨나 날리던 고장 정선은 여행객 발길을 이끄는 고장으로 거듭났다. 맑은 공기 머금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 정선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앞으로 더 분주한 삶을 살아갈 고장의 활기를 떠올리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아픔은 그렇게 극복하는 것이리라. 더 분주하게, 그리고 더 활기차게 내일을 살아내리라.
하늘빛이 짙어질 즈음 샤스타데이지 군락에 도착했다. 해마다 6월이면 하이원리조트 밸리콘도 일대에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한다. 국내 최대 규모다. 해사하게 웃는 소녀를 연상케 하는 샤스타데이지는 7월까지 순백의 자태를 뽐낸다.
리조트는 2006년 스키장 오픈 이후 매년 야생화 식재를 통해 슬로프 녹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해 스키 슬로프에 샤스타데이지 씨앗을 뿌린다. 드넓게 펼쳐진 순백의 꽃 무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퍼져나갔고, 사진 촬영 명소로 금세 입소문이 났다.
충분히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골프 카트'에 몸을 실었다.
리조트 측은 골프 카트를 운전해 60분 동안 왕복 7㎞에 이르는 야생화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하늘길 카트투어' 상품을 운영 중이다. 스키 슬로프 언덕을 걸어오르는 것이 힘든 이들은 이 상품을 많이 이용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샤스타데이지 밭에 발을 디뎠다. 외래종인 샤스타데이지는 순백의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구절초와 비슷하다. 모양이 달걀 프라이(사실 크기는 메추리알 프라이 정도다)와 꼭 닮았다.
빼곡히 피어난 데이지의 자태는 그 자체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넓은 들판을 가득 채운 샤스타데이지에 마음을 뺏긴 채 시간을 보냈다. 하얀 꽃잎이 전하는 순수한 느낌은 어지러운 마음마저 환하게 밝혔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을 찾았다는 사진 동호회원 수십명도 같은 마음인 듯했다. 이들은 꽃밭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50대 이상인 중년층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하늘거리는 샤스타데이지 자태에 푹 빠져 상념을 떨쳐내길 수십 분. 슬슬 배가 고파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때를 놓칠 순 없었다. 부랴부랴 '운암정'으로 향했다. 운암정은 하이원리조트 내 식음업장 중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운암정은 2007년 드라마 '식객' 세트장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한식당으로 운영됐다. 초기에는 한식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식객' '대장금' 등 당시 유행 사극 드라마에 소개된 음식을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찾지는 않았다. 높은 가격이 이유였다.
지난해 12월 새 단장을 마친 운암정은 전통 한정식을 선보이던 식당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연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전통주와 토속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주점 '운암작가'를 추가로 개관했다.
'잔에 술을 따르고 부어 마시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운암작가(酌家)는 전통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일반 주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문턱을 낮추니 많은 이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탁주, 청주 등 37여종의 전통주와 토속음식이 포함된 안줏거리를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판매하는 운암작가는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되며, 전일 오후 6시면 예약을 마감한다. 사전 예약을 놓친 고객은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에서 '도원결의 세트' 등 간단한 술상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운암정에서는 코스 메뉴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전통주 가짓수와 양에 따라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무취작품'부터 '반쯤 취기가 오른다'는 의미인 '반취작품', 그리고 '가득 차 하늘이 돌 만큼 취기가 오른다'는 의미인 '만상작품' 등이 추천하는 코스 메뉴다.
여기에 전통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탁주 3종으로 구성된 '탁주작품', 약주 5종으로 구성된 '약주작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홍시가 들어간 해산물 냉채를 비롯해 정선 특산품 곤드레 나물과 버섯을 넣은 불고기 전골 등을 고루 맛봤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여기에 혀끝까지 달큰해지는 전통주가 음식의 풍미를 더했다.
과거 '석탄'으로 이름깨나 날리던 고장 정선은 여행객 발길을 이끄는 고장으로 거듭났다. 맑은 공기 머금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 정선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앞으로 더 분주한 삶을 살아갈 고장의 활기를 떠올리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아픔은 그렇게 극복하는 것이리라. 더 분주하게, 그리고 더 활기차게 내일을 살아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