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출시한 렉서스의 첫 전기차 UX 300e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80분의 완충 시간에도 주행가능거리는 233km에 불과하다. 유저인터페이스(UI)는 이렇다 할 기능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적인 내비게이션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이 대거 적용하는 편의 사양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기자가 제네시스나 테슬라의 직원이라면 UX 300e를 두고 큰 걱정을 할 것 같다. 렉서스의 승차감을 완벽히 재현한 전기차라는 부분에서 향후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두려운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집중해 온 도요타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UX 300e는 일종의 예고편이다. 그럼에도 완벽한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갖춰 우수한 상품성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자가 제네시스나 테슬라의 직원이라면 UX 300e를 두고 큰 걱정을 할 것 같다. 렉서스의 승차감을 완벽히 재현한 전기차라는 부분에서 향후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두려운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에만 집중해 온 도요타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UX 300e는 일종의 예고편이다. 그럼에도 완벽한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갖춰 우수한 상품성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전기로 움직이는 렉서스, 완벽한 주행 성능 재현
화창한 날씨임에도 주변 경치는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도로만 보이는 시간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가벼운 주행감이라든가 고속에서 다소 불안정한 승차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전기로 구동될 뿐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렉서스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출력 204ps(마력), 최대토크 30.6㎏·m의 UX 300e의 초반 가속은 전기차의 특징인 빠른 가속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특히 엑셀을 깊게 밟았음에도 모터가 헛도는 느낌이 없이 밟는 깊이 만큼 가속되는 것이 속도에 대한 공포심까지 줄 정도였다.
렉서스 브랜드의 특징인 고속주행 시 차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은 UX 300e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차체의 떨림이 없이 들리는 건 오직 커지는 모터음뿐이다. 고속주행에서 스티어링휠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차선 변경 시 차로를 지키는 일은 매우 쉬웠다.
연달아 차선을 바꿔봐도 차가 흔들리기보다는 바닥에 달라붙은 느낌을 준다. 이는 무게 중심을 아래로 둔 렉서스만의 설계에서 비롯한다.
제동 시에는 손을 타지 않은 신차임에도 세운다는 느낌보다는 감속한다는 느낌이 강해 생각보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가 민감한 유럽 브랜드 차량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이 될 수 있다.
렉서스의 저중심 설계는 와인딩 코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기자는 주행 성능을 한층 강화시키는 스포츠모드로 한라산 산길을 가로질렀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위험을 느낄 정도로 속도를 내봤다. 매우 급격한 코너길에도 튕겨 나가는 느낌없이 바퀴가 바닥을 잡은 듯한 느낌은 짜릿함까지 줬다. 애니메이션 ‘이니셜D’의 한 장면을 연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종합적인 평가는 ’전기로 움직이는 렉서스’다. 일본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인 렉서스의 주행성능을 완전하게 계승한 UX 300e를 단순히 전기차라는 단어로 정의하기가 아깝다.
◆ 도요타 내년에는 상품성 강화된 UX 출시...럭셔리 전기차 시장 돌풍 예상
233km의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렉서스 측의 공식적인 변명은 “도심 주행을 하는 세컨드 카로 출시된 모델”, “최고의 밸런스를 위한 배터리 부문의 희생” 등이다. 하지만 렉서스 관계자의 비공식 답변은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고의 주행 성능을 갖고도 배터리, 편의사양 등으로 인해 상품성이 럭셔리 전기차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V60과 비교해 떨어져 보인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며, 적용되는 편의사양은 숫자로 나열할 필요도 없이 내부 디스플레이만 봐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경쟁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들이 UX 300e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도요타그룹이 압도적 주행 성능에 각종 편의를 탑재시킬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경제(닛케이)신문의 전기차 특허 조사 결과 도요타의 점수는 8363점으로, 현대차(1694점)를 크게 압도한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주행성능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용량 큰 배터리를 탑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밸런스를 위해 안 했다는 말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국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사양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췄다는 말도 믿어진다. UX 300e 가격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상한선(5500만원)보다 10만원이 낮다.
도요타 관계자는 “회사가 그동안은 하이브리드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관련 차량 개발에만 신경을 썼다”면서 “하지만 최근 급격히 커지는 전기차 시장을 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도 도요타그룹의 전기차 출시 계획에 포함된다. UX 300e는 주요장면을 모두 보여주는 예고편인 셈이다. 내년이면 주요장면을 한층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상품성이 대폭 강화된 렉서스의 럭셔리 전기차가 출시된다. 도요타그룹은 그럴 능력도 있고, 이제 그럴 의지도 갖고 있다. 내년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예상하는 일기예보가 있다면 "큰 태풍이 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