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끝없는 '계파 전쟁'...친문이냐 친명이냐

2022-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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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위 출범…전당대회 '룰' 두고 계파 갈등 예고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룰'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으로 갈라지면서 끝없는 '계파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이재명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지난 주말 지지자들과 만남을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이에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 친문 그룹과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97그룹(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간 갈등이 예상된다.
 
◆전준위 출범, 전당대회 '룰' 두고 계파갈등 예고

민주당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끝냈다, 위원장은 안규백 의원, 부위원장은 전혜숙·김성주 의원이다.
 
총괄본부장에는 서삼석 의원, 간사에는 조승래 의원이 임명됐다. 위원단은 민병덕·김병욱·송옥주·진성준·강선우·김민철·박성준·신현영·전용기·최기상·홍정민 의원, 안귀령 상근부대변인, 장현주 변호사, 추승우 서울시의원, 전수미 전국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인 전당대회 룰은 7월 중순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본투표 반영 비율은 전국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룰을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당 대표를 비롯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 체제로 본격 돌입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그중 친문과 친명 간 대립으로 대표되는 ‘당내 갈등’이 논란의 중심이다. 이들은 전당대회 룰을 가지고도 의견이 갈리며 대립 중이다.
 
현재 친문계에서는 현행 유지를, 친명계에선 줄곧 대의원 반영 비율 축소와 권리당원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당에 공헌한 바가 큰 대의원의 경우 옛 주류였던 친문 성향이 상대적으로 많아, 현행 규칙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친문계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친명계는 대의원 비율을 높이고 권리당원의 반영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전후 친명 성향 당원이 대거 입당해서다. 이에 더해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는 당원 가입 시점을 '6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축소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가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40대 의원 모임인 '97그룹' 주자 중 한명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그것이 큰 원칙'이라는 주장은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혁신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며 이미 낡은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우리당 지도부 선출 방식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무려 85%나 반영되면서 계파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전당대회가 민심을 모으지 못하고 오히려 민심이 떠나는 대회가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심과 민심의 괴리로부터 벗어나야 민주당은 민심의 너른 바다를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며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원과 국민이 국적이 다른가. 같은 국민"이라며 "TV토론 못하는 사람이 꼭 TV토론 타령한다. 전당대회 룰 말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적당히들 하시라"고 반박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대의원제 대폭 수정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내면서도 대의원과 당원 비율의 소폭 조정에 대해선 고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만고불변의 룰이란 없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하게 하겠다는 대전제를 뒀다"며 "4개 분과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쳐 22일에는 첫 안건을 두고 찬반과 이견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7월 11∼12일께 전당대회 룰 세팅이 끝난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8월 말 예정이다. 이는 전준위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로 8월 27일 혹은 28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명 vs 친문 vs 97그룹, 전당대회 출사표 

현재 민주당은 범친문계 중진인 설훈 의원이 출마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 중이다.
 
친명계에선 이재명 의원 본인 외에도 우원식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거론된다. 최근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40대 기수론이 떠오르면서 당내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로 지도부를 구성해 근본적인 쇄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97그룹을 세대교체론의 기수로 띄웠다. 97그룹 대표주자로는 박용진 의원 외 강병원·강훈식·박주민·전재수 의원 등이 꼽힌다.
 
전당대회 룰과 함께 '집단지도체제' 전환 문제도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현행 '투트랙' 방식에서 함께 뽑는 '원트랙'으로 바꿔 당대표의 힘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반면 전준위 출범을 시사했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의 한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 룰 문제와 관련해 계파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우 위원장은 "전당대회 룰 문제의 경우 불필요한 오해나 또 다른 불만이 이어지지 않게 제가 설명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룰 세팅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인 사항을 놓고 이해관계가 갈리는 만큼 당내 충돌이 재연될 공산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었다. 
 
우 위원장은 당내 일각의 전당대회 룰 개정 요구에 대해 지난 10일 "당이 가진 여러 규칙은 오랜 역사 속에서 정립돼 온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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