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17일 열린 정책위원회·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기로 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기 위해 장기 국채도 상한 없이 매입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 영국 등 다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일본은행 간 정책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75%포인트에 달하는 역사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스위스마저 15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이번 일본은행의 결정은 매우 예외적이라고 평했다.
일본은행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통화완화 조치를 통해 경제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 4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2.1%(신선식품 제외) 올라 2015년 3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및 기타 상품의 수입 비용 상승을 이유로 “일본 경제에 매우 높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동향과 그것이 일본의 경제활동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앞서 애널리스트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약간의 정책 조정을 통해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만약 기존의 통화정책 방향을 고수할 경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JP모건의 외환전략가인 벤자민 샤틸은 “(일본은행이) 기존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면서도 외환시장의 동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점은 어조가 약간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엔저에 따른 고통이 “급성에서 만성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무제한 매입을 통해 일본국채(JGB)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팔면서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모습이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장 초반 0.268%를 기록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0.22%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