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24시]여배우 피습 사건으로 드러난 신변보호조치 허점

2022-06-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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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신변보호 받던 여성 9명(살인 4건, 살인미수 5건) 피해 당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긴급임시조치로 남편과 별거 중이던 여배우가 남편의 흉기에 다친 전날부터 경찰에 3차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전 경찰에 3번 신고
18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40대 여배우 A씨는 지난 13일 밤부터 피습 전까지 총 3차례 남편 B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신고는 13일 밤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오늘은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이 없었으니 집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경찰은 B씨를 퇴거 조치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날인 14일 새벽 또 A씨 신고가 접수됐다. B씨가 배관을 타고 집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한다는 내용이었다. 관할 지구대가 출동해 A씨 집 주변을 수색했으나 B씨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약 30여분 뒤 B씨는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협박했고 결국 A씨는 다시 한번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은 다리에 피를 흘리는 B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러한 대응에 경찰 관계자는 “체포가 아니라 일단 (사건) 발생 보고를 먼저 하면 다음에 수사가 들어갈 수 있다. 법적으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은 B씨는 다시 집을 찾아 아내와 딸이 등교를 위해 밖을 나서는 틈을 노려 A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B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B씨는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목 부위에 상처를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법원은 B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변보호 중 피습 사례 여전...개선책 필요
경찰 보호를 받는 와중에도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일각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한 사건의 피해자도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와중인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9명(살인 4건, 살인미수 5건)이 피해를 당했고, A씨는 신변보호보다 강화된 보호조치인 긴급임시조치에 따라 남편인 B씨와 별거 중임에도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경찰은 신변보호제도를 통해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일정한 심사와 절차를 거쳐 신변보호를 실시하고 있다.
 
경찰서에 이미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사건담당자와 상담 후 '신변보호 신청서'를 작성, 사건담당자에게 신청하면 된다. 진행 중인 사건 없이 바로 신변보호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 또는 지구대 · 파출소를 방문해 안내 및 상담을 받은 후 '신변보호 신청서'를 작성해 접수하면 된다.
 
경찰은 신변보호 신청서가 접수되면 사건 담당부서 또는 '신변보호심사위원회'에서 신변보호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신변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로는 판사의 판단하에 내려지는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 피해자보호명령 등이 있다.
 
긴급임시조치는 △주거로부터 퇴거 등 격리 △주거, 직장에서 100m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가능하다. 현장경찰관들이 긴급임시조치를 결정한 경우 검사에게 임시조치신청을 해 판사 결정으로 임시조치 집행이 이뤄진다.
 
임시조치는 검사가 사건을 보고 판단해 직권으로 판사에게 청구하거나 사법경찰관의 신청으로 판사에 청구된다. △주거로부터 퇴거 등 격리 △주거, 직장에서 100m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한 접근 금지 △의료기관 등 위탁 △유치장, 구치소 등 유치(1-3을 위반하거나 우려될 때 신청 가능)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두 제도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판단에 따라 긴급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결정된다. 두 제도 모두 판사가 결정한 뒤 위반하게 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피해자보호명령은 형사절차와는 별개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은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행사 제한 등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강력범죄가 계속 벌어지자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선 보호조치 등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근거가 되는 통계 등의 데이터가 너무 적다. 사건, 사건마다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파악과 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선 가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차지 않는 등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가해자에게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강화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게 경찰의 1차적 직무”라며 “다만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관련 법 개정과 보호조치 강화 추진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12신고 접수 매뉴얼 시나리오화 추진
한편 경찰은 112 신고 접수 매뉴얼을 상황별로 시나리오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취 폭행, 가정폭력, 성폭력, 자살 위기,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 등 112에 접수되는 58종의 신고 유형별로 전화 응대부터 상황 종료까지 상세한 지령이 가능하도록 시나리오를 만드는 게 구체적 목표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112신고 접수·지령 매뉴얼 개선 등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112 신고는 정형화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다 보니 접수자의 직관, 역량 등에 따라 대응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시나리오식 시스템으로 보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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