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간편식 전성시대] 짜장면부터 스테이크까지...호텔업계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

2022-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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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등 증가하며 밀키트 시장 '성장'…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수요층도 '다양'

호텔업계, 밀키트 출시하며 브랜드 가치 확대…경쟁 과열·폐기물 처리 등 해결과제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출시한 프리미엄 밀키트(고급 바로 요리 세트) 3종 [사진=기수정 기자]

몇 주 전 이사를 마친 주부 박부영씨(42세)는 가까운 친척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바쁜 상황 속에서 시간을 내 요리를 하고, 이를 대접한다는 것이 마음먹은 것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고급 가정 간편식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박씨는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바로 요리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식부터 양식까지 없는 것이 없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호텔 이름을 걸고 나온 밀키트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이 비슷하더라"며 "비용과 시간 부담 없이 고급 요리 한 상을 그럴듯하게 차려낼 수 있어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편식 전성시대다. 시장은 점점 확장세다. 다양한 간편식 중에서도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밀키트(바로 요리 세트)'다.

코로나19 확산세는 밀키트 성장을 부추겼다. 주요 소비층인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는 물론, 중장년층까지도 밀키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자 식품업계는 물론 특급호텔까지도 잇따라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밀키트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밀키트,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2017년 100억원 규모였던 밀키트 시장이 무려 20배나 성장한 것이다. 

식품업계가 발표한 최근 밀키트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달한다. 출시한 지 20년 넘은 즉석밥 시장 점유율이 3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까지 세트로 제공한다. 반조리 간편식보다 조리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다. 특히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들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부담도 적다.

밀키트는 '편리미엄(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 트렌드 공략에 성공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밀키트 시장은 오는 2025년 7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워커힐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 3종 개발을 담당한 오성일 호텔 조리장 [사진=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브랜드 가치 높인다···호텔가도 밀키트 시장에 '풍덩'

호텔업계도 잇따라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객 간접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면 실제 호텔 식음업장 등 매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 주효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는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포레스트 파크에서 밀키트 출시 간담회를 진행했다. 워커힐은 밀키트 이전 가정 간편식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갈비탕을 비롯해 곰탕, 육개장 등 간편식을 출시·판매했다. 

이번에 출시한 밀키트는 시그니처 채끝 스테이크와 트러플 화이트 라구 파스타, 쉬림프 비스크 리소토까지 총 세 종류다.

워커힐이 밀키트 출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재료 선정부터 조리법 개발까지 전 과정에 워커힐 조리사 군단의 검증을 거쳤다.

워커힐 관계자는 "이미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 간편식(갈비탕·곰탕·육개장)과 더불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밀키트 제품을 통해 워커힐 호텔 레스토랑 음식의 맛을 좀 더 많은 고객이 경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워커힐의 첫 번째 고급 밀키트 제품을 총괄 기획한 오성일 워커힐 호텔 셰프는 "이번에 출시한 밀키트는 고객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맛을 보는 순간까지 긍정적인 경험만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며 "누구나 간편하게 워커힐 호텔 셰프의 손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든 비법을 담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윤동 워커힐 대외사업부 상무는 "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서 워커힐은 고유한 브랜드 경험을 고객의 일상까지 확장하기 위해 집중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워커힐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고 전했다. 

조 상무는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번 밀키트는 호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특히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호텔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들이 워커힐 대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워커힐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는 워커힐의 고메 스토어 '르 파사쥬'와 워커힐 공식 온라인 스토어, 온라인 유통 채널인 '프레시지'를 통해 판매된다. 

앞서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 4월 양식당 라스칼라, 중식당 남풍 등 호텔 레스토랑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출시, 현대식품관에서 판매 중이다. 출시 이후 현재 목표 매출 대비 20%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조선호텔은는 유니짜장과 짬뽕을 밀키트로 출시했다. 6월 첫째 주까지 66만개 판매량을 달성했다. 

이외에 롯데호텔은 지난해 밀키트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선보였고, 호텔신라도 프레시지와 협력해 안심 스테이크, 떡갈비, 메로 스테이크 등 밀키트 3종세트를 출시했다. 
 
◆업계 간 '출혈 경쟁'·넘쳐나는 폐기물 문제 등 해결 과제도 

해결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업계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제품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제품의 질 또한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A 호텔 관계자는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결국에는 제품의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넘쳐나는 폐기물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현재 밀키트 시장 내 대부분 제품은 소포장 식자재로 구성돼 있어 폐기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친환경 용기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게 되면 수익성은 낮아진다. 업체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B 호텔 관계자는 "결국엔 '돈'이 문제다.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제품 단가가 올라간다.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궁극적 목표는 결국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선뜻 값비싼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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