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번주 자이언트스텝 밟나…1%p 인상론도 고개 들어

2022-06-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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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연준, 이번주 75bp 올린다"

100bp 인상론도 솔솔…금융시장 '패닉'

파월, 폴 볼커 또는 아서 번즈…어떤 길 택할까

미국 거시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이 현실화할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상황은 급변했다.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월가 주요 금융사들은 연준이 당장 이번주에 0.75%포인트에 달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포인트 인상론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학살자’로 통했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역대급으로 돈줄을 꽉 움켜쥘 것이란 공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월가 "연준, 이번주 0.75%포인트 올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연준이 오는 14~15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연준은 15일 오후 2시 미국 워싱턴에서 통화정책 결정을 발표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 5월 FOMC 회의 후 6월과 7월에 연달아서 0.5%포인트에 달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0.5%포인트 인상은 "경제 지표가 예상대로 나오는 경우"에 한해서라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 것이다.
 
5월 CPI가 발표된 후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은 연준이 이번주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을 바꿨다. 골드만삭스그룹과 노무라홀딩스는 이번주와 7월 열리는 두 차례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0.7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보며, 바클레이즈와 제프리의 전망에 합류했다. JP모건체이스앤코도 연준이 이번주 회의에서 0.7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고 봤다. 연준은 지난 1994년 이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적이 없다.
 
미국 주요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준 내부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해당 기사는 출처를 인용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연준 관계자가 언론에 75bp 인상 가능성을 슬며시 흘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CNBC 소속 기자인 스티브 리스먼 역시 “내 소식통에 따르면 0.75%포인트에 달하는 금리인상이 이번주 회의 둘째 날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매우 뚜렷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 9분을 기준으로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결정할 가능성을 93.7%로 봤다. 일주일 전만 해도 6월 회의에서 0.7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은 3.9%에 그쳤다. 0.75% 포인트 인상 전망이 대세가 된 셈이다. 
 
자이언트 스텝은 물가 억제에 대한 연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도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에버코어 ISI의 피터 윌리엄스는 “연준이 0.75%포인트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아울러 최근까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단언했던 연준의 예측이 얼마나 빈약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연준의 신뢰도를 낮추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포인트 인상론도 솔솔
물가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각에서는 1%포인트 인상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스탠더드차터드뱅크의 글로벌 책임자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연준이 정책 대응 실기에 대한 인식을 지우려고 한다”며 6개월 전만 해도 시장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빅스텝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됐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연준이 1979년부터 무서운 속도로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잠재운 “볼커식 모멘트”를 보이기 위해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0.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1%포인트를 올릴 가능성은 1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 다수는 연준이 1%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밀러는 “(1%포인트 인상은) 가능성이 1%라고 말하기도 과하다”며 공급망 혼란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이기 때문에 1%포인트 인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전략가인 필립 마레이는 “연준은 이미 6월과 7월에 0.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고 신호를 보냈다”며 “이를 벗어나면 연준이 패닉에 빠졌음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0.5%포인트 이상에 달하는 인상은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격적 긴축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나스닥 지수가 전장 대비 4.68% 폭락하는 등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20% 넘게 폭락하면서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0.2%포인트 오른 3.37%까지, 2년물 국채 금리는 0.3%포인트 급등한 3.34%까지 치솟았다.
 
경제 전망도 어둡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6.6%(중앙값)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2013년 6월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면 소비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상품 가격에 비용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파월, 폴 볼커 또는 아서 번즈…어떤 길 택할까
WSJ는 파월 의장이 지난해까지는 인플레이션에 관대한 아서 번즈 전 연준 의장에 가까웠지만, 올해부터는 ‘인플레이션 학살자’로 통하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역할을 맡게 됐다고 짚었다.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을 비롯한 다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가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JP모건 체이스 앤 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카스만은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내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75%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3년에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경제 연구 책임자인 에단 해리스는 “인플레이션 투사인 폴 볼커 전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을 4% 수준으로 낮춘 뒤 물러났다”면서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3% 수준으로 둔화되면 인플레이션 억제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올리비어 블랜차드 역시 연준이 경기침체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3% 수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월가에서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예측한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후퍼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서 후퇴할 경우 "번즈의 실수"를 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은 오래 지속될수록 뿌리 뽑기가 더욱 어려워지며 결국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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