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만 시집 '면도날 위를 넘는 집없는 달팽이'

2022-06-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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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만시집, 면도날 위를 넘는 집없는 달팽이 도서 표지[사진=최종만시인]

최종만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면도날 위를 넘는 집없는 달팽이(인간과 문학사)’를 펴냈다.

“봄의 못물 위를/통 통 통 통 통/빗방울 건너오듯/노란 우비/뽀얀 종아리까지 닿는/노란 장화 신고/몸단장 방금 끝낸/넝쿨장미 담장 따라/수정 같은 물방울/찰박찰박치며 달려와/덥석덥석 안기는/고사리 새순같은 주먹/활짝 펼쳐 보이는/환한 햇살” -시가 오는 날은‘ 전문-

최종만 시인은 “십 년쯤 공부하면 무언가 내놓을 만한 시를 지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시를 쓰는 일이 집없는 달팽이가 면도날을 넘는 것보다 폭폭하고 더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이에 대해 우한용 소설가는 “천만에요, 식은죽 갓둘러먹기 한가지이다. 몸을 구부리고 액즙을 적절히 바르고 슬그머니 넘어가면 신 오른 무당 작두 타는 것보다 한결 쉽다”며 “행복은 객관적 분석에서 오지 않고 주관적 세계를 포용하는데서 행복은 자리잡는다”고 말한다.

최 시인은 탱자나무를 통해 사람의 본능을 이야기한다. 억새고 기골찬 탱자나무 가시는 제 잎을 찌르거나 탱자를 뚫고 나가는 법이 없다. 즉 자해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생명의 이치 가운데 하나이다. 제 생명을 제가 헤치지 않는 것, 이게 사람의 본능이다.

“실상 탱자나무는 그 가지들의 신경조직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서 가시들을 안쪽으로 향하도록 단단히 잡아 끌어당기느라 온몸을 시퍼렇게 비틀어 조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도 만만치 않은 삶의 순간도 탱자나무는 결코 가시로 가시를 찌르지 않는다“ -‘탱자나무 가시에 대한 생각 <1>’ 부분-

시인들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시의 소재로서 충분조건이다. 시인이 아니어도 시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머니가 시적 대상이 된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겨 놓으면 그 자체가 시가 된다. 최 시인도 ‘배롱나무’를 어머니 형상으로 전환해 놓고 있다.

“잔등 너머/청솔가지 끝의 겨울 바람이/활처럼 휘는 밤/어머니는 장롱 깊숙한/저 푸르른 봄날의/연둣빛 치마를 매만지시듯/배롱나무 시린 가지/마디마디/뻐꾸기 소리 부신/웃음 하얀 꽃을/하늘 가득/짚어내고 계셨습니다” -‘배롱나무 <4>. 어머니의 겨울’ 전문-

최 시인은 “나의 시는 어설프다. 시가 무엇인지 그 깊이를 아직 모른다. 다만 시가 좋아, 시 속에 살며 시를 쓰고 싶을 뿐이다”고 말한다.

“친구는/나의 시가 어렵다고 합니다/친구여!/실은 나도/시를 쓸 때가/가장 어렵다네/우리 초등학교 일학년 소풍 때/보물찾기처럼” -‘보물찾기’ 전문-

이에 대해 우 교수는 발문에서 “시 쓰기 그거 신나는 일이다. 시는 자연에 대한, 인간에 대한, 경이감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리의 발견과는 거리가 있다. 세속적 이해관계 저만큼 제쳐놓고 보아야 ‘놀라움’이 솟아난다”고 말한다.

최종만 시인은 전주에서 출생해 전북대학교 화학과 및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순수문학'으로 등단해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펜클럽,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일출시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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