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천안함 좌초설 무죄'로 본 명예훼손죄 유·무죄 관건은

2022-06-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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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일부 유죄'...2심 "전부 무죄, 허위의 인식 없었다"

허위의 인식, 비방의 목적, 공익성 여부 등 재판 쟁점

법조계 "허위의 인식, 명예훼손죄 유·무죄 입증 관건"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 [사진=연합뉴스]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전 대표(64·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가 기소 11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작성한 글 등이 '허위임을 알았는지 여부'가 온라인상 명예훼손죄 유·무죄를 갈랐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죄와 관련한 법조문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이다. 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엇갈린 하급심...1심, 일부 유죄 판단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전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검찰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전 대표는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는 등의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총 34건의 허위 내용의 글을 올려 합동조사단 관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0년 8월 불구속기소됐다.

신 전 대표는 당시 "천안함은 좌초 후 미 군함 등과의 충돌로 침몰한 것이 명백한데도 정부와 군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것처럼 짜맞추기 위해 원인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게재했다.
 

지난 2010년 4월 24일 오후 침몰한 천안함 함수가 바지선에 내려진 후 크레인과 연결이 분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심은 해군2함대 사령부가 보관 중인 천안함 선체에 대한 직접 검증까지 나서는 등 5년에 걸쳐 재판을 진행한 끝에 공소사실 34건 중 32건을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천안함 좌초설'은 거짓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신 전 대표의 주장이 '정당한 의혹 제기'라고 봤다. 다만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하기 위해 군 당국이 고의적으로 구조를 늦췄다는 글과 국방부 장관이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했다는 글 등 2건은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2심 재판부가 전부 무죄 판단한 이유 3가지
하지만 2심은 유죄가 선고된 2건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작성 글이 허위사실일지라도, 피고인은 작성 당시 허위임을 몰랐다는 이유다. 천안함 침몰원인에 관한 국방부 발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각종 의혹, 합동조사단 조사 경과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당시 제기된 의혹들이 허위임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함미 좌현 하부의 스크래치를 지워 증거를 인멸했고, 피고인이 함미 부분을 조사할 당시 스크래치가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했지만, 피고인에게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은 또 신 전 대표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 사건 피해자는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합조단 조사위원, 해군본부 소속 군인 등으로 ‘전제’돼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2심은 신 전 대표가 정부나 군 관계자를 추상적으로 지칭했기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한 당사자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신 전 대표가 글을 작성한 의도는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조속한 구조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정부와 군이 천안함 사건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라고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지적한 것으로 보여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장되거나 격한 어조가 보이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 포함돼 있지만, 중요한 동기나 목적은 구조작업의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상고심 쟁점은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신 전 대표에게 허위의 인식 및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는지 등이었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비방할 목적, 거짓 또는 허위의 사실 및 피해자 특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 명예훼손죄 유·무죄 입증 첫 단추 '허위의 인식 여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는 피고인의 '허위의 인식' 여부가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허위사실임을 알았다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가능성이 있어 명예훼손 유죄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허위사실인지 몰랐다면 그다음은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었는지, 말이나 글에 공익성이 있는지 등을 이어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거짓인 것을 알고 올린 건지 아닌 것인지에 대해 거짓인 것을 인식했으면 고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이라며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글을 올렸을 당시 거짓이라는 걸 알 수 없었다거나 사실이라고 착각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공무원의 말이나 당시 기사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비방할 목적과 공익성, 동전의 양면
비방할 목적과 공익성에 대한 판단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공익성이 있다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게 되고, 공익성이 없다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는 법률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하서정 변호사(법률사무소 홈즈)는 "공익성이 있을 때 위법성이 조각된다. 공익성과 비방할 목적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반대된다"며 "공익성이 있으면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보게 되는 것이고,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검사가 입증해내면 그것은 처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려면 특정인에 대한 원한이 있다든가 특정인을 비방함으로 인해서 얻는 유익 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며 "천안함 좌초설 등 공적 관심 사안의 경우 표현의 자유로써 보호돼 공익성이 인정되면 바로 비방할 의도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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