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카드업계의 최대 이슈로 롯데카드 매각전이 급부상했다. 매각 결과에 따라 향후 업권 전체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큰 파급력을 가진 이슈다. 그러나, 관련 이슈를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느닷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롯데카드 매각은 사모펀드(MBK파트너스)가 인수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최근 매각과 관련해 감지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기 때문이다.
왜 롯데카드 매각 이슈가 돌연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 그 단초 역할을 한 게 BC카드다. 최근 BC카드 측에서 롯데카드에 적정 가격 가치를 묻는 문의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MBK파트너스는 매각 전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 파악을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인수자는 BC카드의 대주주인 KT와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일단 ‘롯데카드 몸값’을 둘러싼 양측간 간극이 크게 벌어져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추정하는 롯데카드의 몸값은 3조원 수준이다. 재작년부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사업 체계도 ‘로카’ 브랜드 중심으로의 최적화가 이미 끝났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시장의 관측은 다르다. '(3조원은) 과한 정도를 넘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단순 비교 지표로는 현대카드 사례가 제시된다. 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당시, 기업 가치는 크게 잡아도 2조 5000억원에 채 미치지 못했다. 롯데카드보다 시장 내 입지가 훨씬 높은 현대카드의 상황도 이러한데, 3조원은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만약 극적으로 가격 타협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후 대주주적격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역시도 단기간 내에 끝날 작업은 아니다. MBK 측 역시 매각 절차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 3곳 중 가장 유력한 업체는 우리금융그룹이다. 인수 시 취할 수 있는 이점이 가장 많고, 우리은행이 20%의 지분과 우선 검토권도 가지고 있다. MBK가 롯데카드 지분을 매입할 당시, 우리은행을 통해 대출을 진행한 것도 긍정요인이다. 향후 이를 활용해 상환을 진행하고 상계처리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다른 인수 후보 중에선 KT, 하나금융 순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KT의 경우, 현재 ‘BC카드’를 중간고리로 두고 케이뱅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 카드업에 조 단위에 이르는 자금을 쏟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나금융그룹은 적정 가격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도저히 좁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제3의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수 주체가 될 업체 임직원들은 롯데카드 인수를 마냥 반기지는 않는 상황이다. 롯데카드 인수로 시장 내 입지가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일정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