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원이 한 달 동안 응대한 횟수는 약 136.6만콜(25%)이며, 이 가운데 고객이 만족한 응대 성공 비율은 100만콜(73%)에 달한다. AI가 단순 응대를 하고 상담원은 고객의 복잡한 요청을 처리하는 AI와 사람의 협업은 이미 현실이 됐다.
서호영 KT AICC사업담당(상무보)은 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AICC(인공지능 고객상담 콜센터) 도입은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이 AICC를 도입해서 콜센터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CC는 AI 기술의 일종인 '챗봇'과 '보이스봇'을 활용해 고객이 더 빠르게 원하는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차세대 콜센터 기술이다. 기업 입장에선 콜센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 입장에선 AI 도움으로 더 양질의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 상담의 질도 향상된다. AI가 고객의 말을 받아적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상담원의 PC 화면에 띄워준다. 장시간 응대로 상담원의 집중력이 떨어져도 민원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최상의 응대를 할 수 있다. 고객 요청을 분석하고 최상의 해결법도 추천한다.
피곤해지기 쉬운 상담원의 목소리 보호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중요 고지사항을 상담원이 읽지 않고 AI가 대신 말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담원 교육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응대 방식이 변하거나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면 기존에는 상담원을 장시간 교육해야 했지만, AICC를 도입하면 기본적인 부분을 숙지한 상담사가 AI의 도움을 받아 관련 상담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상담원 숙련에 필요한 시간도 줄어드는 만큼 오프라인 상담센터에 모여서 근무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실제로 KT의 경우 3개월의 교육 기간이 끝나면 상담원들이 AI 상담원과 함께 재택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서 상무보는 "AICC는 고객 응대뿐만 아니라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포함한 모든 고객 영업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AI가 고객에게 도움이 될만한 상품을 자연스럽게 추천할 수 있고, 금융 상품 판매 시 불완전 판매 금지 규제에 따른 필수 안내에서도 '휴먼 에러(반복 작업에 따른 피로로 인한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젊은 사람에겐 빠르고 또렷한 목소리를, 어르신들에게는 조금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는 등 AICC에 음성 합성 기술도 확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5년 만에 매출 400억→1000억→5000억 목표
2017년 기가지니 출시 후 2명의 AI 엔지니어가 시작한 AICC 기술 개발은 이제 KT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분야가 됐다. 서 상무보의 지휘 아래 2020년부터 AICC 사업을 본격화한 KT는 지난해 AICC 사업부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거둔데 이어 올해는 5개월 만에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서 상무보는 "국내 AICC 시장은 기업의 수요로 인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이러한 AICC 시장에서 많은 대기업, 유통, 금융, 공공,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확보함으로써 2025년 5000억원의 AICC 사업 매출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송파에 사업 인력 40명, 우면산 연구개발센터에 AI 개발인력 200명, 분당에 IT 개발인력 200명을 두고 AICC 사업을 힘 있게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T는 KT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IPCC(커스텀콜센터Pro 시스템), KT IS를 통한 콜센터 인력 파견 등에 이어 AICC 기술까지 갖춤으로써 시스템, 인력, 기술 등 기업이 원하는 모든 콜센터 솔루션을 갖춘 기업이 됐다. 셋을 하나로 묶어 통합 콜센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CC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도메인)에 맞게 AI 모델을 학습함으로써 AI 상담원의 상담 능력을 향상시켜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AI 모델을 기업의 IT 시스템(온프레미스)에 설치할 경우 AI 모델 학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기능 강화를 분기 또는 반기별로 함에 따라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AICC 구축에 따른 많은 초기 비용이 필요한 점도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T는 AICC를 클라우드에 올린 후 이를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 지향 AICC(CCaaS)'를 오는 7월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클라우드에서 AICC를 제공하는 만큼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으로 AI 상담원의 능력이 주기적으로 향상되며, 이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 도입 비용이 저렴하다. 많은 구축 비용으로 인해 AICC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에 최적의 솔루션이라는 게 서 상무보의 설명이다.
물론 클라우드 기반이라고 해서 바로 CCaaS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기존 콜센터 시스템에 맞게 수정(커스텀)할 필요성이 있다. 이점을 고려해 KT는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MSP) 업체인 메가존클라우드에 13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CCaaS 사업 확산을 위한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KT와 메가존클라우드가 원하는 기업에 기존 콜센터 시스템과 KT CCaaS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공동 전개한다.
서 상무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이러한 사업 철학에 맞춰 KT의 CCaaS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CSP)인 KT클라우드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할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 등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제공할 방침이다. 많은 기업 고객이 AWS나 애저를 쓰는 상황에서 KT클라우드를 통해 CCaaS를 써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다만 AWS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앱 마켓에서 CCaaS를 판매하지는 않고 고객이 요청할 경우 구축하는 형태로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공공 부문의 CCaaS 도입의 경우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이 없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의 진입이 불가능한 만큼 KT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CCaaS를 도입하는 사례가 급증할 전망이다. KT클라우드의 공공 CCaaS 서비스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완료한 후 이른 시일 내로 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서 상무보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설치형 대신 구독형 기반의 CCaaS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매출이 설치형 AICC에서 나오지만, 2025년에는 도입과 관리의 용이성에 힘입어 CCaaS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0명 미만의 소형 콜센터의 경우 구축의 어려움으로 인해 AICC를 도입하지 못했지만, CCaaS 덕에 앞으론 상담원과 AI가 협업하는 모습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