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행안부 통한 경찰 '통제'…국가경찰위도 손대나

2022-05-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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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필요성 더 커졌는데도, 尹정부 반대 행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본청[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윤석열 정부가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꾸린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에 '친검찰' 성향으로 평가되는 인사가 포진한 것도 행안부 조직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사권이 강화된 경찰이 정치권과 더욱 멀어져야 하지만 정치 예속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행안부는 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3일과 20일 잇달아 회의를 개최했다. 

행안부는 회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통제 방안' 마련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행안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자문위원회가 구성됐고, 경찰 통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991년 경찰법이 시행된 이후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체제에서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됐다. 대신 국가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행안부 장관의 경찰 치안 사무에 대한 통제는 제한됐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그 기능을 일부 수행해왔다. 국가경찰위원은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3년 임기를 보장받지만 비상임위원들은 내년 12월 임기가 끝난다. 일각에서는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경찰 예산 편성권을 갖는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에 검찰 출신이 대거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경찰위원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간 국가경찰위 구성원은 일반 변호사와 시민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행안부 장관의 경찰 치안 사무에 대한 통제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장관 취임 이후 자문위원회에서는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위원회 구성원들이 '친검 성향'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경찰 통제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문위원회는 행안부 차관과 기획조정실장,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사회과학대학장), 강욱 경찰대 교수, 윤석대 경남대 교수,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정승윤 교수는 검사 출신으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사법공약을 담당했다. 정 교수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대검 연구용역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가 속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전·현직 검사가 주도하는 학회로 전체 임원 150여 명 중 전·현직 검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해당 학회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청이 행안부 소속 외청이지만 예산과 조직, 인사 등이 독립된 상황에서 행안부가 수사권 통제를 위한 자문기구를 직접 만드는 것 또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개선을 위한 건의서 또는 보고서를 만드는 수준인 TF 형태가 아닌 행안부에서 경찰 조직에 일종의 칼을 대기 위해 만든 측면이 커 보인다는 지적이다. 정치검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수사권 조정에 따라 수사 권한이 확대된 경찰로서는 정치적 중립 필요성이 더욱 커졌는데도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사정기관들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행안부 장관은 보통 정권 실세, 정치인들이 임명되는 자리"라며 "경찰이 이제는 점점 정치와 거리가 멀어져야 하는데, 반대 상황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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