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이 화제를 모았다. 수많은 관중이 손에 땀을 쥐면서 관전한 이 경기는 승패를 떠나 AI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과거 AI는 자동응답기나 산업로봇처럼 사람이 지정해준 일만 처리 가능했다. 하지만 알파고 이후 자체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AI가 주류로 떠올랐다. 개인비서나 대화 서비스 등에서 사람이 하는 일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심지어 음악, 회화 같은 예술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정책 금융기관 최초로 기업심사에 AI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중진공은 2020년 AI 기반 기업평가모형인 ‘K-밸류’를 현장에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K-밸류를 응용한 비대면 기업평가모형인 ‘제로-택트’를 개발했다.
제로-택트는 정책자금 평가기업 5만549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사업성 평가모형과 AI 평가모형을 결합해 디지털 기반 정책자금 지원 평가시스템을 구현했다. 적용 대상은 1억원 이하 운전자금을 신청한 기업이다. 올해는 기업의 기술 수준을 분석하고 심사자를 지원하는 AI 서포터를 도입해 기업심사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진공은 담보 부족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사업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 정보, 직원 대우, 특허 인증 등 기업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평가전용 AI’를 개발했다. 중소기업의 숨은 장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학습시켜 기업 신용도가 낮더라도 경영 성과가 우수하다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평가시스템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기존 심사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중진공 측 설명이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중진공은 기존 재무정보 등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 성과를 인정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 중”이라며 “사람과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평가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성장 유망 기업 발굴과 혁신 성장 지원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