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큰 상황"이라며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과 8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당초 물가 상승세가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낮아지는 '상고하저'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 추세에선 그 정점이 중반기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연말까지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수준이 기존 2%에서 2.25~2.5%대로 상향된 것에 대해 "지난 2월 이주열 전 총재가 연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수준인 1.75~2% 정도가 금통위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었다"면서 "물가 상승 예상치가 그때보다 높아진 만큼 시장 기대치가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답변했다.
이달 중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했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에 대해서는 '원론적 표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여러 경제지표가 굉장히 불확실한 만큼 통화정책 운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연준의 연속 빅스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금리 역전 후폭풍에 대해서는 세간의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 총재는 "미국보다 국내 기준금리가 높은 게 자연스럽긴 하나 단기적 관점에서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대규모 자금유출 등에 대한 우려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이 총재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차주의 금융비용 부담 확대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드러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 시 가계 이자부담은 3조원 이상, 기업도 2조7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정책대응에 실기해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 실제 물가가 높아지면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금융불안정이 커져 결과적으로 취약층이 훨씬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취약계층은 정부와 정책공조를 통해 지원하고 통화정책은 높아진 물가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해나가는 편이 긴 안목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