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 참석으로 우리나라의 IPEF 참여가 공식 확정되었다. IPEF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IPEF가 무엇이고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또한 우리나라의 IPEF 참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마다 각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EF가 무엇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IPEF에서 다룰 의제의 다양성과 모호성, 그리고 IPEF 자체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 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실체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IPEF에서 논의하려는 내용은 매우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4개의 필라(pillar)에서 약 25개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세감축과 같은 상품시장 개방은 협상대상이 아니지만 디지털 서비스시장 개방은 협상대상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국경간 이동과 보호, 데이터 지역화 등 기존 디지털무역협정에서의 핵심 쟁점은 당연히 논의대상이다. 여기에 더해 첨단 디지털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설정도 다룬다. 이것만 해도 한 개의 독립된 무역협정에 해당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무역 관련 의제를 다루는 필라1(연결된 경제)에서는 이외 무역원활화와 규제, 경쟁, 농업, 노동 및 환경과 같은 전문적 내용도 다룰 예정이다. 이러한 의제는 대부분 투명성 제고와 시장접근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관련 국내제도와 직결된 이슈다. 예를 들어 노동에서 높은 수준의 노동기준과 기업의 책임조항이 논의되기 때문에 국내 노동법이나 관련 규범에 영향을 준다. 결국 필라1에서는 기술표준을 포함한 디지털무역협정과 함께 공정한 무역과 연계될 수 있는 각종 국내제도, 특히 수입검사 및 관리와 관련된 제도 전반이 논의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IPEF를 제도나 규범이 중심이 되는 광의의 무역협정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노동과 환경과 같은 신통상이슈가 추가되긴 했지만 말이다.
IPEF 의제 자체의 모호성도 문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할지 아직 불확실하며 향후 추가되거나 변경될 여지도 남아 있다. IPEF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결과는 미 의회의 승인 없이 바로 이행될 수 있다. 신속한 협상과 빠른 결과이행은 IPEF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행정명령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바뀔 경우 그 안정성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이론상 IPEF 자체가 폐기될 수도 있다. IPEF 참여국의 필라 선택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국이 IPEF 출범에 참여했지만 필라 참여는 선택이며, 어떤 나라가 어떤 필라에 참여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협상이 시작되면 이러한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걷힐 것이다. 그럼에도 극단적으로 소수의 국가만 참여하는 필라가 존재한다면, 그 필라의 합의는 IPEF의 실질적인 영향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IPEF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IPEF가 갖는 이와 같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IPEF 참여는 필요하다. 디지털 서비스무역 규범과 기술표준 선점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공급망 안정화도 기업의 중장기 투자를 유인해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양질의 일자리 창줄이 기대된다. 다만 공급망 안정화는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무역의존도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줄여가되 경제원칙에 기초해야 한다. 인위적인 축소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IPEF 결과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되고 노동 환경이 개선됨은 물론이다. 제도와 규범의 투명성이 높아져 부패가 줄어든 공정한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질 수도 있다. IPEF는 빠르면 후년부터 발효도 가능할 전망이다. IPEF 성과를 국민 모두가 빠르게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IPEF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먼저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