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다.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고래' '고령화가족' 등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극 중 정우는 호텔 '만리장'을 운영하는 '손영감'(김갑수 분)의 수족이자 '구암'의 실세인 '희수'를 연기했다. '인간적 매력'을 끌어내는 정우의 장기가 빛을 발한 캐릭터다.
"'희수'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장 드러나는 건, '인숙' '아미'와 함께 평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인 거 같아요. 희수가 가장 사랑하고 지키고 싶었던 인물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는 모습이니까요. 평생 사랑을 꿈꿨던 '희수'가 그들로 하여금 인간적일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정우가 언급한 장면은 '희수'와 '인숙', 그리고 '아미'의 관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희수'는 오랜 시간 연인 관계를 맺어온 '인숙'과 그의 아들 '아미'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며 이미 그들을 한 가족이라 여긴다. '아미' 역시 마찬가지. '희수'와 가족들은 '아미'의 교도소 출소를 기념해 평상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진다.
"제작진이 그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희수'는 원래 아주 차가운 느낌의 캐릭터였다고. 그런데 정우라는 배우를 만나서 뜨거워졌고 '뜨거운 피'가 정말 '뜨거워졌다'고요. 제가 워낙 치열하고 애를 쓰니까 격려차 해준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응원 덕에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우는 극 중 '아미'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희수'는 '인숙'이 어린 나이에 낳은 아들 '아미'를 마음으로 품고 있었고 그를 아들로 여기고 있었다. 교도소 출소 후 '아미'는 '희수'에게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느냐"라고 묻고, 희수는 크게 감격한다.
영화상으로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장면일 수도 있었다. 정우와 이홍내가 아버지와 아들처럼 비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였다.
"제작진이 '이거 잘 어울릴까요?' 걱정도 하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당시 분장도 하고, 조금 거친 모습이었으니까요. 보는 분들이 크게 부담이나 무리하다고 여기지는 않으셨을 거 같아요. 막상 찍고 보니 또 이해가 가서, 제작진도 기뻐했던 기억이 나요."
정우는 '아미' 역을 연기한 이홍내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열정적이고 진지한 친구"라고 말문을 뗀 그는 이홍내가 현장에서도 남다른 열정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칭찬했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예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열정적이고 진지한 친구예요. 그 모습을 볼 때면 참 기특하더라고요."
한편 '뜨거운 피'는 지난 3월 23일 개봉했다. 코로나19 시국 속 39만명을 동원하며 입소문을 탄 바. 오는 26일 '뜨거운 피'는 상영 시간, 관람 등급 등의 이유로 삭제된 미공개 장면 약 22분 분량이 추가된 '뜨거운 피: 디 오리지널'을 극장에서 개봉한다. 기존 개봉 버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과 세밀한 표현들이 추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