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거래 비중이 27%(작년 12월 말 원화마켓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마켓을 기준으로 하면 9%로 더 낮아진다. 글로벌 평균이 59%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이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높은 가상화폐보다 가격 등락이 심한 가상화폐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상화폐는 특정 거래소에만 단독 상장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유통되는 가상화폐 628종 중에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단독 상장 코인은 403종(65%)이었다. 이 중 219종은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이 70% 이상이었다. 유가증권 시장 MDD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년간 가상화폐 541종이 상장폐지 되면서 투자자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제2, 제3의 루나 사태가 발생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폭락 사태를 겪은 한국산 가상화페 테라USD(UST)·루나의 경우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법이 제도화돼 있지 않아 금융당국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금융위가 국내 주요 거래소를 통해 추정한 국내 루나 투자자는 28만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코인은 700억개 정도다. 실태조사를 마친다고 해도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가상자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근거법이 없어 별도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새 정부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선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을 담보로 하는 가상화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이날 테라 생태계를 부활시키기 위한 거버넌스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테라·루나가 더 이상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전 투표에서 90% 이상의 투자자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