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를 철회했던 신약개발 기업 보로노이가 상장에 재도전한다. 몸값을 특례 상장 요건인 시가총액 5000억원 수준까지 낮추는 등 공모구조를 대폭 바꿨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투심이 이전보다 악화된 만큼 증시 안착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13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지난 3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상장을 철회한 뒤 약 2개월만의 재도전이다. 당시 회사 측은 최대 2조원 이상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내세웠지만 투심 확보에는 실패했다.
유니콘(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 상장으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보로노이는 상장을 위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을 넘겨야 한다. 두 곳의 기술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일반 기술 특례와 달리 유니콘 특례는 한 곳의 평가기관에서 A등급만을 받아도 상장할 수 있다. 대신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최소 5000억원 이상이야 한다.
지난 3월 공모 당시와 비교하면 보로노이의 기업가치는 공모가 상단 기준 30% 이상 축소됐다. 다만 파격적인 몸값 조정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줄어든 공모가 이상으로 시장 분위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상장 철회를 선택한 기업들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보로노이를 포함해 상장 철회 신고서를 냈던 기업은 연초 이후 6개사에 달한다.
특히 최근 금리인상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수준에서 이뤄지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한파가 몰아닥친 분위기다. 적자를 감수하고 매출 규모를 일으키는 성장기업은 물론, 신약 개발 가능성에 기업가치를 의존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이 어느 때보다 차갑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라이센스 사업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보니 임상 실패 등 악재에 민감하고,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자금 조달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사업이 병행되지 않은 곳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