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금융연)이 올해 한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4.1%로 상향 조정했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뤘던 가격인상 움직임이 확산돼 고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간 국내 경제(GDP)성장률은 직전 전망치보다 0.6%포인트 낮추며 국내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금융연은 '2022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전년 대비 4.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4.3%로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 3.9%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공급차질 현상이 심화되고, 국내 방역조치 해제로 인한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향후에도 주요국 긴축정책에 따른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따라 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 역시 하향 조정(3.2%→2.6%)되며 암울한 전망을 이어갔다. 민간소비 회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데다 확대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민간소비는 1분기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앞으로 빠른 일상회복에 따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은 민간소비 증가율은 3.6%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출금리 상승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1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수출은 3.9%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1분기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중국 경제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증가세가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률(2022년 기준 61.3%)은 전반적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정부 방역정책 완화로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일상회복에 따른 서비스 수입 증가가 예상되면서 대폭 축소된 413억 달러로 예상됐다. 국고채(3년물) 평균 금리는 2.7%로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원-달러 평균환율 역시 지난해(1145원)보다 75원 높은 1220원으로 예상됐다.
금융연은 올해 거시경제 정책방향에 대해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 역시 당국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전달해 기대 인플레를 안정시키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정책은 불가피한 재정지출 외에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외환정책은 자본유출입, 수출, 물가 안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연구원 측은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지만 물가가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실질금리 기준으로 금융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금리 인상은 부채 보유 가계와 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여야 하나, 궁극적으로 향후 금리 수준이 민간 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유발하지 않을 만큼 높아지리라는 분명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