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괴이' 김지영, 지옥같은 순간이 닥칠 땐 "기다려야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 한석희 역을 맡았던 김지영.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이 직업인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이 정형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한석희는 평범하게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괴이에서 나오듯 때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옥의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드라마 속 배우는 실제로 지옥의 순간 같은 현실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해 대화를 나눠 봤다.  
 

[사진= 티빙 제공/김지영]

Q. 괴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A. 작품이 들어왔는데 감독님이 처음으로 저를 생각했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두 감독님의 조합이 궁금했어요. 새로운 장르의 니즈에 딱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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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다름 배우와 액션이 상당히 강했는데요. 마지막 격투에서 특별히 에피소드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11월쯤 찍어서 너무 추웠어요. 준비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합이 잘 맞았어요.
 
Q. 한석희를 보면서 범인을 잡는 것보다 아들을 키우는 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자녀가 있으신데 극중 설정에 몰입하기 쉬우셨나요? 
A. 아이가 중학생이고 사춘기이다 보니까, 너무 사랑해서 더 아픈 느낌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Q. 좀 답답한 캐릭터를 맡으셨는데요, 시청자 반응이 두렵지는 않으셨는지요. 혹은 시청자 반응 중에 흥미로웠던 점이 있으신지요.
A.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때문에 시청자 반응을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정기훈이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내리고...하지 말라는 걸 굉장히 많이 해서 불안했는데 어쨌든 한석희의 이야기가 무사히 끝나서 마음을 쓸어내렸는데요. 배우님께서도 연기하시면서 아 이러면 큰일나겠는데 싶었던 인물의 행동이 있으셨을까요?
A. 군수님의 행동이 조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 하면 묻힐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장건재 감독님이 석희 역할에 김지영 배우를 제일 먼저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하셨나요?
A. 인물에 어울리는 배우라서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우직하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잘 표현 못하는 게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Q. 구교환 씨랑 까마귀떼한테 공격을 당하는 신이 인상적이었는데 해당 신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A. 2주에 걸쳐서 찍었는데요. 스펙터클하고 재밌었어요.
케미가 좋았고 구교환 씨가 배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혼신을 다해서 구교환 배우가 다치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움찔해요.
 
Q. 구교환 배우가 김지영 배우님과의 케미를 '십년지기'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김지영 배우님께서는 두 분 케미를 어떻게 표현하실지 궁금합니다.
A. 잇아이템?(웃음). 꼭 갖고 싶어요.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 처음이었어요. 이 케미가 식기 전에 뭔가를 또 하고 싶더라고요. 구교환 배우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작업하는 매순간이 행복했어요.

Q. 평소 '연니버스'에 관심 있으셨나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니버스'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배우로서 느낀 연 작가님의 유니버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제가 무서운 걸 못 봐서 작품을 보기는 힘들지만 세계관이 너무 놀라워요. 이게 지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Q. 구교환 씨랑 여러가지 버전으로 찍었다고 하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A. 까마귀를 피해서 낚시터로 들어갔을 때 낮고도 좁은 식탁 아래로 갔을 때 너무 웃겼어요.
 
Q. 우리의 삶은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배우님의 삶에서 지옥의 순간 빠져나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나요?
A. 저는 그냥 기다리는 편이에요. 지옥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나의 잘못이 반이라고 생각하는데 삶을 정리하고 싶을 때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힘이었던 것 같아요.
 
Q. 앞서 연상호 작가님은 '괴이'가 '멜로에서 출발했다'고 말했고 배우 진들 역시 오컬트라는 장르에 국한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배우님이 정의하는 '괴이'는 어떤 장르인지 궁금합니다.
A. 휴먼 판타지 같아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어나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에 휴먼 판타지 같아요.
 
Q.배우님이 귀불의 눈을 봤다면 어떤 환상을 보셨을 것 같은가요?
A. 자신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 들어오는 건데 저는 가족들과 생이별 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아요. 아버지와 생이별 해야 될 때가 있었는데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Q. 어떻게 보면 한석희가 주요 인물 중에 충격적인 장면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아들이 폭주족 무리에 있는 걸 보고 부하 동료가 총으로 자살하는 것도 봤는데요. 극 중 인물 한석희로서 그 중에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하나 꼽으면 무엇일까요?
A. 제가 아끼는 후배가 저를 해하려고 할 때의 장면이 너무 놀랐어요.
사랑하는 동료, 가족, 친구가 이런 일을 당한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어요.
 
Q. 김지영 씨는 완성된 괴이를 어떻게 보셨나요?
A. 걱정을 많이했어요. ‘인식이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걸 보시는 분이 보호하려는 거야 뭐야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때 발휘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Q.배우로서 이번 작품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김지영의 필모 중에 멈추지 않고 한걸음씩 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Q. 배우로서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나요?
A. 오래하다 보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요. 처음 배우를 했을 때와 너무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고요.
 
Q. '괴이' 시즌2가 나온다면 또 참여할 의향이 있으실까요?
A. 저야 항상 있죠. 역할이 있다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빠르게 바뀐다고 언급하셨는데 '괴이'는 그 어떤 작품보다 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던 작품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배우님이 느끼시기에 가장 많이 달랐던 드라마 제작 환경은 무엇이었나요?
A. OTT가 나오면서 배우들한테 기회가 많아지는 건 맞지만 저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오래해서 감독님들이 저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늘 신선도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Q.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열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김지영 씨의 새로운 면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김지영이라는 기본 말투는 있지만 저는 캐릭터마다 조금씩 바뀐다고 생각해요.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믹스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