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52주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하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고, 위안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달러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추어 원·달러 환율도 최고 1300원 돌파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다만 현재 환율이 고점에 머물고 있어 이익구간으로 보기보다 손실이 일어날 수 있어 이와 관련된 ETF 상품에 대한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9%(2.4원) 오른 1276.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오전 한때 1278.9원까지 오르며 연 고점을 경신했으나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소폭 조정이 이뤄졌다.
또 ‘KOSEF 미국달러선물’은 0.15%(20원) 상승한 1만3365원을,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는 0.32%(35원) 오른 1만1065원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는 장중 1만1085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TIGER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역시 0.39%(45원) 오른 1만1675원으로 마감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 보면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가 14.49%를 기록했고, KODEX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는 14.33%로 뒤를 이었다. TIGER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도 14.13%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KODEX 미국달러선물이 7.23%, KOSEF 미국달러선물은 7.13%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빠른 긴축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위안화와 유럽연합(EU)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낸 게 이유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은 중국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만큼 최근 위안화 약세는 원화 가치를 급락시키는 가장 큰 이유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에 대한 우려와 연준의 강한 긴축 발언이 지속되면서 6월 자이언트 스텝(7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선반영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를 저지할 수 있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끝도 없이 하락하고 있고, 4월 초만 해도 미국 달러화 다음으로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가 약세로 전환한 점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은 최대 13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다은 연구원은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상단은 1300원까지 열어 둘 필요는 있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을 미루어 보면 원화 약세에 대한 불안 심리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 1250원을 상향 돌파한 기술적 움직임, 연준 긴축 두려움 등으로 상단을 13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화는 상승 폭과 하락 폭이 제한적인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정체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다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5~6월 FOMC 전후로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서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주요 선진국 통화와 위안화 약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이후 미국의 상대적인 성장 모멘텀이 꺾이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국내 수출 둔화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환율로 인해 연말 원·달러 전망치를 이번에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달러화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현재가 고점인 만큼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강달러가 예상되고 있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 고점에 머물고 있는 만큼 하락 가능성이 더 커 묻지마식 투자보다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자산 배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