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스(이하 '메타')가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영상통화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개인용 디지털 플랫폼 시장과 사무실출근·원격근무 혼합체제에 걸맞는 기업용 디지털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는 오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한 마을인 벌링검에 메타 최초의 실물 매장이 문을 연다고 5일 보도했다. 매장에선 레이밴(Ray-Ban) 스마트안경, 비대면 친목·협업용 영상통화 장치 '포털(Portal)', VR헤드셋 '오큘러스VR' 등이 판매된다.
메타는 앞서 선보인 오큘러스와 포털 등의 제품을 홍보하면서 개인 소비자 뿐만 아니라 기업 시장을 의식한 메시지에도 점점 더 힘을 싣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통적인 영상통화와 VR 아바타 기능이 혼합된 화상회의 기능을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기업용 제품을 맡고 있는 미카 콜린스 메타 제품관리담당 디렉터는 기업용 메타버스 사업이 초기단계임을 인정하면서 "헤드셋을 착용하지 않고도 '포털'을 통해 아바타 형태로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 측은 앞서 공개된 VR 기반 업무용 회의 솔루션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 이용 수요가 대부분 메타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린스 디렉터는 많은 제품이 매우 초기 단계 수준이지만 메타가 기업 시장을 공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메타버스 시장에서 메타와 협력을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용 협업 솔루션 시장에서 메타의 잠재적 우군이 될 수 있다. MS는 윈도·오피스 프로그램과 업무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로 데스크톱 중심의 기업 업무 도구 시장을 장악한 회사다.
우선 MS의 메신저형 협업툴 '팀즈'와 메타의 기업용 SNS인 '워크플레이스'가 연동된다. 이로써 MS의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의 직원들은 팀즈로 메타의 협업 공간에 게재된 콘텐츠를 열람하거나 팀즈 화상회의 영상을 워크플레이스로 볼 수 있게 된다.
MS는 AR 기기 '홀로렌즈' 시리즈를 팀즈와 통합해 기업의 업무 공간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고 있다. 메타의 호라이즌 워크룸은 VR 기기인 오큘러스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양사가 VR·AR 기술 기반 플랫폼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할 지는 미지수다.
메타는 지난 2021년 10월 회사 이름을 바꾸고 디지털과 현실이 VR과 AR 기술로 융합하는 메타버스 세계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그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주 요인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책·환경의 변화다.
메타가 일으키는 매출의 대부분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용자 맞춤형 디지털 광고 사업에서 나온다. 30억명 가까운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수집된 신상·취향 정보와 이들의 습관·행동을 추적해 가공된 데이터가 이 사업의 원천이다.
절대 다수의 이용자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 iOS를 탑재한 스마트폰·태블릿 기기로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에 접속한다. 즉, 메타는 디지털 광고 사업의 원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구글·애플이 양분한 모바일 플랫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런데 2018년부터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됐고, 2021년부터 구글·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에 수집된 이용자 추적 데이터가 당사자 동의 없이 페이스북 등 제3자 앱에 제공되지 않게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메타버스가 세계적인 '차세대 대형 컴퓨팅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10년에 달하는 기간이 걸릴 수 있다며 장기적인 전략을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