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우호적 분위기] 북핵수석 협의 이어 왕치산 축하사절 검토

2022-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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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더 세심하게 신경쓰는 눈치다. 지난 3일 한·중 북핵수석대표 간 첫 대면 협의가 원만히 마무리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북핵수석대표 "한반도 정세 안정 '함께 노력'"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한·중 북핵수석대표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사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찬까지 총 3시간 30분간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이 솔직하고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협의 시작 전 류 대표는 취재진에게 "한반도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협의가 끝난 다음에는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통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본부장과) 많은 공감대에 이르렀다"며 "한·중 공통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특히 한·중이 '함께 노력한다'는 데 강조점을 뒀다. 그는 "이 문제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공동의 노력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정치적 해결의 궤도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선제 공격 가능성 시사 등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초부터 미사일 발사를 서슴지 않았던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달 25일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국가의 극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게 노 본부장의 말이다.

이에 류 대표는 한반도와 역내 정세 안정을 위한 유관국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중국 측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이 도발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인 '안보 우려' 해소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견지했다.

한편, 류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 방한했다. 노 본부장과의 대면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회동에 대해 "분위기는 굉장히 솔직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양측이 화상 또는 전화를 통해서만 접촉했기 때문에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우호적이었다는 평가다.

류 대표는 이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도 면담했다. 이 장관도 류 대표에게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류 대표는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자 한국 정부 교체기로 한반도 정세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의 실현 및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일 방한해 오는 7일까지 머무르는 류 대표는 4일 국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 측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만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류 대표는 오후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만나고, 방한 기간 새 정부의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내정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도 회동할 예정이다.

◆中 2인자 왕치산 부주석, 尹 취임식 참석 검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사진=신화통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통상 부총리급 인사를 보냈던 관례를 깬 것으로, 한·미 동맹을 견제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오는 10일 열리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왕 부주석을 축하사절 대표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초기 권력 기반을 다진 반부패 사정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시 주석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그의 '오른팔'로 불렸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부총리급 인사를 주로 보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류옌둥(劉延東)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교육·문화·과학 담당 국무위원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는 탕자쉬안(唐家璇) 당시 외무담당 국무위원이 각각 참석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나 한정(韓正) 국무원 부총리가 올 것으로 예상됐다.

외교가에서는 왕 부주석 참석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단순히 격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새 정부에서 더욱 공고해질 한·미 동맹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봤다. 실제 윤 당선인은 취임 후 11일 만에 첫 한·미 정상회담을 치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중국이 윤석열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 주석과 가까운 인사를 보내는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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