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연내 소비자물가는 정부가 당초 목표치로 설정했던 2.0%대를 훌쩍 넘어 4%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년=100)를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지수가 4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9%로 추산된다.
물가가 현재 수준에서 조금만 더 높아져도 연간 4%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일시적 요인이 아닌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대로 올라서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3.1%로 2011년 12월(3.6%)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9% 수준인데, 최근 경제 전망보다 상당 폭 오름세가 높아질 것"이라며 "대외적 불안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겹쳐지며 물가 상승 요인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마지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대체로 2% 이내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공급망 약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거센 대외 압력에 직면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유류세 최대 폭 인하, 할당관세 적용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외 악재가 심화되고 있어 오름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공개될 정부의 공식 물가 전망치가 4%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서는 JP모건과 UBS가 물가 전망치를 4.1%로 제시한 바 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는 물가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통화정책과 러시아 지정학적 위험이 우리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불확실성이 모두 장기화하면 전 산업생산 증가율은 1.4%포인트, 수출 증가율은 5.1%포인트 하락하며 우리 실물경기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단기에 축소되더라도 전 산업생산(-0.3%포인트)과 수출(-1.8%포인트)에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이들 불확실성 충격이 1% 증가하면 전 산업생산은 시차를 두고 각각 최대 0.011%포인트, 0.00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량적으로는 러시아 관련 불확실성보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의 장기화 여부가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