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코로나19 위기와 장수사회 기회

2022-05-04 08:00
  • 글자크기 설정

[박상철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2년여 강타하면서 확진자가 5억명이 넘었고 사망자가 600만명이 넘었다. 치사율 평균 1%가 넘는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다. 전염병이 무서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병원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무작위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더욱 뚜렷한 치료법도 없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높은 전파력은 사회적 혼돈을 야기한다. 다행히 전방위적인 국제적 노력과 과학기술 발전 덕분으로 사태가 점차 해결되어 가는 상황이 되어 약간의 안도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을 분석한 자료가 보고되었을 때 학계는 연령, 성별, 기저질환이라는 3대 요인을 주목하였다. 40대 이하의 치사율은 0.1%도 미치지 않은데 70대 이상의 치사율이 20%가 넘어 연령별 100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또한 남성 치사율이 여성보다 두세 배 더 높으며, 사망자의 90%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암, 비만 등의 기저질환을 가졌다. 또한 요양시설 노인들의 높은 감염과 치사율이 알려지면서 고령사회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울려졌다. 반면 백세인 조사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밝혀졌다. 백세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 5% 밖에 되지 않아 80대보다 현저하게 생존율이 높음이 알려졌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는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에 대한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거주 공간의 조정이다. 밀집 밀접 밀폐의 3밀을 피하는 생활공간으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방향으로 기저질환의 예방이 부상하였다.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기저질환은 모두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백세인의 경우는 당뇨병 이환율이 80대의 4분의 1정도, 고혈압도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즉 건강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장수하게 되었고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의 식습관과 운동습관과 같은 행동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엄청난 사건은 과학기술분야에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세계가 주목한 것은 백신 개발이었다. 전통적 백신으로는 1세대 백신으로 해당 병원체를 사멸한 사백신이나 독성을 완화한 생백신이 있고, 2세대 백신으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염병 원인이 되는 특정 성분인 독성물질, 단백질, 다당체 등의 생체분자 아단위를 활용하는 아단위백신이 있다. 그러나 이들 1, 2세대 백신들은 모두 세포나 균체를 배양한 다음 특정 성분을 분리 정제하여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품질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3세대백신으로 병원체 항원의 DNA나 RNA를 사용하는 유전자디자인백신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으로 백신을 만들어서 1상, 2상, 3상 임상실험까지 마치고 허가를 받으려면 10여 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여 대형제약회사들의 참여가 미흡하였다. 아직까지 시도된 바 없었던 혁신적인 백신을 인체에 적용하는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는 긴급허가라는 특혜를 시행하여 새로운 방식의 백신도 역사이래 최단 기간인 1년 만에 실제 임상에 사용토록 하였다. 그런데 긴급 사용을 허용한 결과는 놀랄 만하였다. 기존 방법에 의한 백신들보다 mRNA 백신이 월등한 면역능력을 보여주었다. 세포나 균체 배양이 필요 없고 분리 정제가 간단하고 대량생산이 쉽고, 기본 플랫폼에 필요한 항원의 mRNA만 바꾸어 끼기만 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mRNA백신 플랫폼은 다른 수많은 질환의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특별히 주목되는 질환은 암이다. 암은 종류에 따라 특정암 유전자가 규명되어 있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각종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질환이 대상이 되며, 그동안 성공하지 못하였던 특정감염병들과 항생제내성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백신도 보다 쉽게 해결되리라 본다. 고령사회를 위한 기대가 큰 분야는 치매백신이다. 알츠하이머백신 개발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였는데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고 있다. 더욱 나아가서는 노화를 제어하는 백신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즉 새로운 백신 제조 방식은 미래 의료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는 바이오산업 미래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코로나19의 높은 노인 치사율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노화를 극복하는 연구에 폭발적 지원과 경쟁이 벌어지게 하였다. 그동안 효과의 불확실성과 장기 연구 필요성 때문에 망설여져 왔던 노화 제어를 추구하는 바이오벤처들에게 힘이 실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금년초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참여하여 설립한 Altos Labs에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가 초기 투자되었다는 뉴스는 노화 관련 바이오벤처 분야에 회오리바람을 불어왔다. 2013년 가을 구글이 Calico Life Science 내에 Alphabet이라는 방계 노화벤처를 설립하여 매스컴에 회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먼저 2013년초 대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삼성종합기술원에 웰에이징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노화제어연구를 선도할 기회를 가졌는데 바로 중단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노화벤처의 큰 흐름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야마나가 박사가 정상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하기 위하여 활용한 형질전환전사인자를 부분적으로 이용하여 역노화(逆老化)를 이루려는 시도들이 있다. AAV를 활용한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와 mRNA를 활용하는 턴 바이오테크놀로지(Turn Biotechnologies)가 이 분야 바이오벤처를 선도하고 있다. 또 다른 흐름은 제노제(除老劑·senolytics)의 등장이다. 미네소타대학팀의 기초적 연구를 바탕으로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여 역노화를 시도하는 Senolytic Therapeutics이 등장하였다. 이어 텔로미어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AgeX Therapeutics, 면역노화를 제어하기 위한 Repair Biotechnologies, 그리고 혈장내 단백질체 분석을 중심으로 노화제어 방안을 강구하는 Alkahest 등의 대형벤처들이 연이어 설립되었다. 이 밖에도 우후죽순처럼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설립되어 노화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흐름의 열기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에게 삶의 패턴 개혁을 요구하였고 근원적으로는 혁신적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노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바이오산업의 발흥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보다 밝게 할 희망을 주고 있다. 막히면 변해야 하고 그러면 뚫린다(窮卽変 変卽通)는 진리가 이번 사태에도 적용되어 결국 닥쳐온 위기를 통해 인류는 미래 장수 사회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되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