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이 수백억 원대 기업매각대금을 횡령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을 통해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즉각 조사에 나섰고 감독당국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사건 당사자가 경찰에 자수한 가운데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느 선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수사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우리은행에서 600억원 상당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우리은행은 내부감사를 통해 횡령사건을 적발하고 A씨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였으며, 해당 직원이 잠적하자 출국금지 등 조치를 진행 중이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직원이 빼돌린 돈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결정한 2010년 이란 측에서 받은 계약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대금 관련 문제로 파기됐고 우리은행이 계약금 730억원을 공탁 개념으로 별도 계좌에 보관해왔는데 담당자였던 A씨가 이 돈을 빼돌린 것이다. 경찰은 A씨에 이어 A씨 친동생의 신병을 확보하고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다. A씨 동생의 경우 우리은행 직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역시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역들을 보내 수시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검사체계에 따르면 금융사고, 소비자 보호, 리스크 등 사안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시검사가 진행된다. 검사기간은 구체적인 경과와 사실관계 등이 파악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측은 향후 조사기간과 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우리은행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업무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책임 있는 사항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그 이후 제재 수위 등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수사기관과 금융당국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부 공범 여부와 더불어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한 CEO 등 책임자의 범위, 기관 제재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횡령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 측은 자금 은닉에 따른 회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A씨는 횡령자금을 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