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력, 혁신성 등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기술금융을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은 은행으로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조기에 고객으로 유치하고,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한다는 이미지도 쌓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 17곳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324조289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52%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7월 처음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매월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2020년 2월 50만8955건을 기록한 이후 매월 늘어 지난 2월 83만3752건까지 증가했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력 등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기술금융의 일환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목적이다. 일반 대출 대비 금리는 낮고 한도는 높아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 초기 기업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기술금융이 새로운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기술금융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하기 시작한 이후 주요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5999억원 늘어난 570조441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3% 증가한 수치다. 소호(SOHO·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7조11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643억원 늘었다.
미래 유망 기업을 고객으로 미리 유치하고, 사회공헌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중소기업 고객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고, 창업 초기 기업과 혁신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금융은 일반 대출과 비교해 리스크가 크다는 점 때문에 정밀한 기술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기술금융에 내재돼 있는 위험요인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기술금융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