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랩 최대 주주는 지분 18.6%를 보유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며, 3대 주주는 동그라미재단(9.99%)이다. 유력 정치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의 블록체인 관련 사업 진출로 말미암아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와 제도권 안착 등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안랩의 지난해 매출은 2072억7216만원으로, 사이버보안 수요가 늘어난 비대면 시대를 맞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 성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안랩은 신사업 확대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강석균 안랩 대표는 올해 1월 시무식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주요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블록체인 신사업 추진도 이 중 하나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 관계자는 "안랩은 경영 방침 'N.EX.T 무브 안랩 4.0'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연구와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며 "올해에도 안랩 5대 도전 과제 중 하나로 블록체인 신산업 추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번 자회사 설립은 안랩이 그간 준비해온 신사업 도전 과제를 본격적으로 실행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랩은 지난 2019년,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했다. 거버넌스 카운슬이란 쉽게 말해 협의회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연결망)로, 안랩은 해당 협의회에 참여해 기술, 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과 합의노드(블록체인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 운영을 담당해왔다.
또 올해 3월 안랩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의 데이터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 '오르빗 브릿지'에 검증인으로 참여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를 확대하고, 블록체인 분야 기술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고 밝혔다. 안랩은 이번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다른 협의회 참여기업과 기술·사업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가 우선 선보일 서비스는 암호화폐 지갑이다. 암호화폐 지갑은 사용자가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보관하고, 이를 다른 사용자나 서비스에 전송하는 데 쓰이는 핵심 서비스다. 특히 안랩의 보안 역량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지갑 정보를 탈취하려는 피싱이나 해킹을 차단하기 위한 기능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지갑뿐만 아니라 분산신원증명(DID) 등 블록체인 기반 보안 기술도 개발 중이다. DID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원증명 기술로, 인증에 대한 정보를 본인이 보유한 상태에서 필요 시 일부 정보만 제공해 신원을 증명하는 자기주권 신원정보 관리 기술이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 관계자는 "현재 조직 규모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스타트업처럼 시작해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암호화폐 관련 시장에서는 제도권 편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안랩블록체인컴퍼니도 이에 맞춰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