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합병은 소액주주 희생시켜 오너일가 지배력 높이는 불법"

2022-04-21 14:26
  • 글자크기 설정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동원산업 불공정 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합병비율을 불법적으로 산정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일반주주의 가치를 침탈하는 불공정한 결정이다. 합병 결정이 재고되지 않는다면 소송전도 불사할 계획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원산업 불공정 합병 관련 기자회견'에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는 낮게,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평가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형태의 회사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1대 3.8385530으로 산정했다. 동원산업의 가치는 가중평균 주가를 바탕으로 주당 24만8961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바탕으로 19만1130원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시가 또는 순자산가치로 산출할 수 있다. 이에 사측은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동원산업 주가가 지난해 5월 28일 종가(30만500원)를 끝으로 30만원선을 넘지 못하고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에 시가 기준 합병가액은 순자산가치로 산정할 때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동원산업의 자산가치도 저평가된 상황이다. 동원산업이 2009년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가치 등이 2009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언론홍보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혜섭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산업 본사 건물만 하더라도 지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자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며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 동원로엑스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토지들에 대해서도 자산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원산업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다. 가치가 낮아짐에 따라 합병 시 남게 되는 존속회사의 주식을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보다 적게 배정받기 때문이다.
 
반면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상대적으로 주주들이 수혜를 누리는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비상장사이자 동원그룹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의 99.56%는 오너일가 소유다. 주요 주주와 지분율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68.27%,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24.50%, 동원육영재단 4.99% 등이다.
 
동원산업의 합병 결정이 상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합병이 동원산업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상황인 만큼 합병을 용인하는 이사회가 선관의무를 위반했고 주요 주주간 거래에서 공정성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는 동원시스템즈의 가치는 고평가된 반면 동원산업은 저평가된 시점에서 이번 합병이 결정됐다"며 "동원산업 이사회가 독립적이라면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선관의무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합병은 2011년 신설된 상법 398조 회사와 주요 주주간의 거래는 특별히 공정해야 한다는 조항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공정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동원산업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순자산 가치로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먼저 다음주 중으로 유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소액주주가 손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 만큼 합병 진행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이다.
 
합병이 강행될 경우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 소송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합병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결정해달라고 제기하는 것이다. 앞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도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 소송을 통해 주식매수가격을 주당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으로 16.36% 상향시킨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