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직장인을 타깃으로 퇴근 후에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점포를 마련한다. KB국민은행이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9To6 Bank'를 밀자 직장인 편의성을 더욱 부각하고, 신한은행의 올해 핵심 과제인 영업점 디지털화까지 접목해 맞불을 놓았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도 업무를 처리하는 '이브닝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브닝플러스는 '저녁(evening)'과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뜻이다. 서울대입구역지점과 우장산역지점에선 다음 달부터 토요일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강남중앙지점과 여의도중앙지점은 다음 달부터, 가산디지털지점은 오는 8월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기로 했다.
디지털데스크에서는 디지털영업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대출, 펀드, 신탁, 퇴직연금 등 영업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업무 9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 2020년 9월 신설된 디지털영업부는 디지털영업 전반을 관리하는 부서로 확대·개편을 거듭해온 신한은행 디지털화의 전진 기지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웹이나 모바일로만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전담 영업점 역할을 한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은 디지털 리테일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영업부를 디지털개인부문 산하에 재배치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이브닝플러스 지점 선정에 내·외부의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했다. 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선 오후 8시까지 연장 영업을 하고 직장인 밀집 지역에선 토요일 영업을 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고객 가운데 직장인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도 고려했다. 서울 5개 지역에서 이브닝플러스를 시범 운영한 뒤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각종 은행에서는 영업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수많은 '탄력 점포' 시도가 있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영업시간이 일반 은행과 다른 탄력 점포는 876곳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 영업 종료 시간이 평일 오후 6시이거나 환전·수표 발행 등 특수 업무에 특화된 점포였다. KB국민은행도 기존 대면채널을 강화해 2시간 영업시간을 연장한 형태다. 디지털 화상창구를 활용하고, 토요일까지 정상 영업을 이어가는 건 신한은행 이브닝플러스가 처음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탄력 점포나 혁신 점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점포 폐쇄 지역에서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지점 폐쇄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위해서다.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한 데다 24시간 365일 영업 중인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도 2020년 859개였던 점포 수를 지난해 784개로 줄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영업시간 중 방문이 어려웠던 고객들의 편의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가 많은 곳을 찾고 그곳에 이브닝플러스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