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시장금리도 덩달아 조정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과거 예·적금 금리가 오르기까지 시차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상 폭이 반영된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농협·부산은행, 19일부터 수신금리 최대 0.4%포인트 인상···대형 은행들도 선제 대응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9일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상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수신 상품 금리가 연 2%대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타 주요 시중은행들도 일찌감치 수신상품 금리 인상에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정기 예·적금 36종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KB국민은행도 적립식예금 39종 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높여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총 32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35%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타 은행들도 현재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곧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 확대에 '이자장사' 비판 직면···정치권 겨냥에 '몸사리기'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러시는 지난주 단행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발맞춰 이뤄졌다. 그러나 통상 기준금리 조정 이후 일정 시점이 지나서야 조정분이 예·적금 금리에 반영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점이 다소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수신금리 인상 폭 상단 역시 기준금리 상승분(0.25%포인트)보다 높은 0.4%포인트에 이른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서둘러 수신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 논란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비판과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7%포인트로 2년 8개월여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나타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수익을 억제하겠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를 주요 금융공약으로 내걸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올해 초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와 함께 금융위가 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금감원 역시 시중은행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지면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와 예·적금 금리 인상 움직임은 '예대금리차 확대'에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차기 정부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며 "만에 하나 현 상황이 일방적이지 않고 다소 과도한 상황으로 비치면 새 정부 초기부터 고강도 규제 강화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