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약속한 반도체 초격차 지원, 관건은 '촘촘한 인재 양성'에 달렸다

2022-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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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새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 지원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전문인재 양성방안은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 방안은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인재 양성에 있어서만은 정부가 각 기업 역량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도 더욱 촘촘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늘어난 세계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 잡지 못하는 이른바 '반도체 공급난'이 가속하면서 인력난도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뺏고 뺏기는' 인력 쟁탈전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300㎜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SK, 고액 연봉·파격 성과급 앞세워 인력 쟁탈전 

양사는 최근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반도체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핵심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BM, 인텔에서 슈퍼컴퓨팅 기술 개발을 담당한 로버트 비스니예프스키를 신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산하 미국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소를 이끌게 된 비스니예프스키 부사장은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전문 인력 영입을 활발히 하며 관련 역량을 강화한다는 책무를 맡았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12일까지 경력직 사원을 모집했는데, 경쟁사에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액연봉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직원은 총 6만3902명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DS부문 인력은 2017년 5만명을 돌파한 이후 5년 만에 6만명 이상을 넘기며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출범, 이천 M16 팹 본격 가동 등으로 인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 '통 큰' 성과급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연봉이 억대를 넘어, 일명 '연봉 1억 클럽'에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LX세미콘, DB하이텍 등 국내 중견 반도체 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보다 적극 인력 유치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인재 유치전을 틈타, 어디서든 구애를 받을 만한 숙련된 반도체 전문 엔지니어는 “부르는 게 몸값”이란 이야기마저 나온다.

◆반도체 학과 신설, 장학금 지원으로 일찌감치 '미래 인재' 확보

각 사는 일찌감치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한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성균관대에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연세대에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설립했다. 포스텍과도 협력을 맺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반도체공학과 학생을 매년 40명 뽑기로 했고 카이스트에도 내년부터 반도체 시스템공학과를 설립해 5년 동안 매년 100명 내외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각 대학 학과 학생들은 삼성전자로부터 장학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금을 비롯해 취업 혜택 등도 받는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지난 11일 한양대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양대는 공과대학 내에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말 정원 40명(수시 24명, 정시 16명) 규모로 첫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학교와 SK하이닉스에서 학비 전액 및 매달 학업 보조금을 지원받고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취업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달에도 서강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정원 30명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를 신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힘을 합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고려대에 채용연계형 반도체공학과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학교 총장(왼쪽 첫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화면 속 오른쪽 첫째)가 11일 차세대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한 계약식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양대학교]

◆전문가들 “인적 자원 확보 여전히 미흡, 학사 과정 더 키워야”

이처럼 주요 반도체 대기업들이 계약학과를 통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인적 자원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생태계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다른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산업의 전·후방에 인력이 골고루 분포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반도체 업계는 ‘상위 1%’를 논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학사 과정에서부터 반도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계약학과만 해도, 졸업생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취업하는 만큼 두 기업을 제외한 업계 전반의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학부 과정에서 반도체 전공을 신·증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계약학과가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 측면에서 부족하다. 더 많은 인력을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반도체 강국일 수 있는 이유는 후방산업이 잘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전국에 (반도체 관련) 학부를 신·증설해주면 후방업체로도 인력 수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인재 수급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려면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반도체 학과 교수는 “대학 현장에서는 정원을 1명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반발이 심하다”며 “심지어 같은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도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인력 양성이 이뤄진다고 하면 지방에서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역대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외쳤지만, 실제 효과가 미미했던 점을 지적하며 섬세함을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태계 전반의 목소리를 경청, 큰 틀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중휘 인천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고 명문대와 중위권 대학의 목소리가 다를 것”이라며 “기업과 대학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현장에서 수긍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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