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매화에 이르는 길] ⑦ 알츠하이머가 치매인가요?

정세희 기자 2022-04-14 18:28

[그래픽=홍승완 기자]

치매(Dementia, 癡呆)라는 병은 정상적이었던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돼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저하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는 낭만적으로 표현이죠.

아주경제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의 저자인 뇌신경외과 전문의 최낙원 박사와 함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매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열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Q. 알츠하이머가 곧 치매인가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점이 '알츠하이머 = 치매'라고 생각하는데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한 형태다.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는 치매를 갖고 있지만, 치매 환자 전부가 알츠하이머 환자는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75%의 치매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이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에 의해 알려진 알츠하이머는 대부분은 65세가 넘어 발병한다. 그러나 드물게 그 이전에 발병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료될 수 없는 퇴행성 뇌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는 다른 이에게 점차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환자는 보호자에게 굉장한 짐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병이 보호자의 삶에 사회적, 생리적, 물리적, 경제적 측면을 포함한 넓은 범위의 부담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Q. 그래서 치매의 대명사가 알츠하이머라고 하나요?

맞다. 알츠하이머는 현대인들의 난치병이 됐다. 많은 언론 매체, 블로그, 영화 등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암울함 그 자체로 끝나게 되는 때가 많다. 아니, 언제나 그렇게 끝나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 혹은 가족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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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회에서 알츠하이머를 이렇게 정의했다. '불가역적이고 점차 진행하는 뇌질환으로 기억과 사고력을 서서히 파괴해 결국에는 간단한 일상생활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의 질환'이라고.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는 어느 순간부터 현대인의 일부이자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병이 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 임상에서 쓰는 알츠하이머 약, 치매약이라고 불리는 제품은 아리셉트(Aricept)와 메만틴(Memantine)이라는 약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약들은 진정한 치료제라고 할 수 없다. 이 약들은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만 할 뿐 근본적인 병변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연구인은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에 따라 치유할 신약 개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pix4free]

Q. 치료약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나요?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이외에도 치료약이 없는 질환들은 많다. 예를 들면 종양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종양을 알츠하이머처럼 두려워할까? 아니다. 여기에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의 진짜 무서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는 몽매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짧게는 몇년 길게는 몇십년 동안 받을 수 있다. 많은 이를 절망에 빠지게 하는 병이다. 게다가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으면 뚜렷한 치료법의 부재라는 현실과 일상생활에서 많은 제약(예를 들어 자동차면허 취소, 장기요양의 필요)이 뒤따른다. 그로 인해 환자는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도 고통받게 된다.

Q.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위험 요인들은 상당히 많다. 따라서 데버러 반스 박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자면, 뇌 신경세포를 죽이는 위험 요인 중 일곱 가지만 물리쳐도 치매(주로 알츠하이머) 발생 위험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 일곱 가지는 당뇨, 중년기 고혈압, 중년기 비만, 우울증, 운동부족, 흡연, 저학력을 말한다. 이 일곱 가지 위험 요인이 미국 안에서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생 원인의 54%를 차지하고, 전세계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생의 51%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일곱 가지의 위험 요인을 모두 한꺼번에 없애거나 조절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절반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당히 큰 비율이다.

Q.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어떤 병리적 요인으로 발생하나요?

알츠하이머병은 신경변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질병의 발생 요인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지만, 공통으로 많은 의학자가 연구해 주요인으로 여기는 아밀로이드플라크(Amyloid plaque) 이론과 타우(Tau) 단백질의 이상 응집에 의한 이론으로 해당 질병을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아밀로이드플라크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밀로이드전구체단백질(amyloid precusor protein, APP)이란 물질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APP가 에스트라디올(estradiol)과 결합해 많은 전사 인자들에게 영향을 주는데, α-secretase 라는 효소의 증가는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게 된다. 그러나 β-secretase 라는 효소의 증가로 신호 전달이 잘못되어 APP가 sAPP, Jcasp, C31 그리고 Aβ로 네 개의 물질(펩타이드)로 잘리면 Aβ가 더 많은 Aβ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Aβ끼리 뭉쳐 Aβ플라크를 형성해 뇌의 시냅스를 사라지게 하고, 신호 전달을 위해 확장된 뉴런을 쪼그라들게 하며, 뉴런의 자살을 활성화한다.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때 조그마한 눈뭉치를 굴리면 점점 커지듯, 잘못 형성된 APP는 알츠하이머의 병세를 좌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조직병리학적으로는 뇌의 전반적인 위축, 뇌실의 확장, 신경섬융의 다발성 병변과 초로성 반점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Aβ플라크는 아밀로이드베타 펩타이드와 뉴런의 외부나 주위의 세포 물질로 구성된 조밀하고 대부분 불용성인 적체물이다. 그리고 이 적체 물질 간의 엉킴(신경섬유 엉킴)이 과인산화된 미세소관-관련 타우단백질과 세포 자체 내부 축적물의 응집체다.

건강한 뇌(왼쪽)와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뇌(오른쪽)[사진=flickr]

한편 타우단백질을 이상 응집에 의한 타우 병증도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 병변이다. 모든 신경세포는 세포 골격, 즉 부분적으로 미세소관이라는 구조물로 만들어진 내부 지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미세소관은 세포의 몸체에서 영양소와 분자를 안내하는 일종의 트랙 역할을 한다. 타우라 불리는 단백질은 인산화됐을 때 미세소관을 안정시키므로 미세소관-연관 단백질이라 불린다. 알츠하이머병에서 타우 단백질은 과인산화되는 화학적 변화를 겪는다. 그 때문에 신경섬유의 엉킴을 만들고 신경 전달계를 붕괴시킨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뇌피질 및 특정 피질 아래의 영역에서 뉴런과 시냅스의 소실과 위축이 특징인 병이다. MRI와 PET를 이용한 연구는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됨에 따라, 그리고 건강한 노인에게서의 비슷한 이미지와 비교할 때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특정 뇌 영역의 위축으로 인한 크기 감소를 보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아밀로이드프라크 혹은 타우단백질의 이상 응집으로 발생하는 병이 알츠하이머서 치매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