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앨라배마 생산법인(HMMA)은 12일(현지시간)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해 미국공장의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추고 2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국내 울산공장에서만 제작해 수출한 차량이다.
어니 김 현대차 앨라배마 생산법인 사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이곳 앨라배마 공장에서 우리 직원들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앨라배마 공장은 연 37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싼타페를 비롯해 ‘쏘나타’, ‘투싼’,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등 내연기관 5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까지 추가하면서 중국과 인도, 체코, 인도네시아, 미국까지 총 5곳으로 친환경차 생산 반경을 넓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지 이목이 집중된 미국 내 전기차 신공장 구축도 빠른 시일 내 결정할 방침이다. 기아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주와 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선벨트 동부권 지역 등이 전기차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각 주마다 치열한 유치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전기차 현지 생산부터 설비 확충 등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약 9조7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11%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시장의 판매량 증대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서 일본 브랜드 혼다를 제치는 등 전년 대비 21.6% 증가한 148만9118대의 판매고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투자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출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는 최근 텍사스 신공장 가동에 들어가 양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현지화 전략이 절실해지고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정한 ‘세계 자동차산업의 파괴적 혁신가’의 첫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성과를 인정받았다. 뉴스위크는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아래 모빌리티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현대차그룹의 파괴적 혁신은 임직원들과 협력사들의 헌신적 노력, 사업 파트너들이 함께했기에 기능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세계를 구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노력들은 결국 인류를 향할 것이며, 우리가 보여주는 비전들이 전 세계 인재들의 상상력에 영감을 불어넣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