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마크롱 vs 르펜 5년만의 '리턴매치' ..2030 표심에 달렸다

2022-04-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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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결선 진출 '마크롱 & 르펜' (몽뤼송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차 투표에서 결선에 진출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모습과 함께 득표율이 한 TV 화면에 나오고 있다.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27.8%)로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오는 24일 2차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54)와 5년 만의 '리턴매치'를 갖는다. 두 사람의 재격돌은 예상된 결과이지만 마크롱이 정치 신인으로 기존 정당에 맞서 '선거혁명'을 이룩한 지난 대선에 이어 프랑스 정치지도의 대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초접전이 예상되는 2차투표에서 마크롱이 승리하면 고(故)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프랑스에서 연임을 하는 첫 대통령이 된다. 반면, 르펜이 이기면 프랑스 첫 극우 및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2002년 시라크 전 대통령은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국민연합의 전신 국민전선 대표) 후보와 결선에 진출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했다. 공수부대원 출신으로 프랑스 '극우 민족주의의 원조'로 불리는 장마리 르펜은 대선에 5번 출마했으나 매번 낙마했다. 특히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극우파 대통령의 탄생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결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시라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겨우 17.8% 득표로 참패했다. 그를 꼭 빼닮은 막내딸인 마린 르펜은 변호사 활동을 하다 2001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 대표가 됐다. 이후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뛰어넘어 극우정치의 반경을 꾸준히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2년 대권에 처음 도전해 1차 투표에서 18%의 득표로 3위를 차지했다.  2017년 5월 실시된 대선에선 득표율 21.3%로 마크롱과 2.7%포인트 차이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33.9%의 지지율로 66.1%를 얻은 마크롱에 대패했다. 마크롱의 신선한 이미지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작용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전통적 공화정 가치에 반하는 극단주의와 극우정권의 탄생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이 주요인이었다.     

이번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한 르펜은 5년 전과 상당히 다른 전략을 택했다. 즉, 자신의 극우 이미지를 탈색하고 친서민과 친노동자 정책을 통해 좌파 유권자에게 다가서면서 '반 마크롱'세력을 규합한 것이다. 마크롱이 지난 5년간 실시한 친기업적인 노동과 세제개혁이 프랑스 경제의 몰락을 막았지만 그는 좌파 유권자들로부터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르펜 후보가 이번 1차투표에서 받은 23.2%의 득표율은 역대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기록한 최고의 성적이다. 르펜이 노동자와 서민이 많은 프랑스 동북부와 남부의 40여 개 지역에서 마크롱을 앞지르는 이변을 연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극좌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22%를 얻어 예상보다 선전을 했다.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 등 프랑스 정치사를 지탱해온 양대 기성 정당은 5년 전처럼 이번 대선에서도 맥을 쓰지 못했다. 즉, 프랑스의 극우 세력과 극좌 세력이 모두 약진하는 가운데 마크롱을 중심으로 하는 좌우 중도세력의 규합이 약해진 모습이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승부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이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8일 발표된 Ifop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 지지율이 51%, 르펜 후보는 49%로 초박빙이다. 

5년 전 마크롱이 기존 정당에 맞서 대권 도전 출사표를 던지면서 강조한 말은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였다. 그는 중도 성향의 정당인 ‘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창당하고 39세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통치 철학을 살펴보면 좌파와 우파 진영을 넘나들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불평등 해소와 전 국민을 위한 기회 진출과 같은 좌파 정책을 표방하고, 경제적으로는 전통적인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서 친(親)기업 성향의 우파 정책을 주창했다. 그가 창당한 신당은 대선 한달 후에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선 과반을 넘기는 압승을 거두었다. 2차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집권당과 제1야당 자리를 번갈아 차지한 사회당과 공화당의 몰락을 의미하는 '선거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마크롱의 취임 이후 각종 정책을 두고 좌·우파로 갈라졌던 의회는 '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신당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미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부유세(ISF)를 부동산자산세(IFI)로 축소 개편하고 해고를 쉽게 하는 고강도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프랑스의 재산업화(re-industrialisation)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2018년 '노란조끼' 시위에서 보듯이 마크롱 정부는 유류 인상안과 높은 생계비로 촉발된 시민들의 대대적인 반발로 큰 위기를 겪었다. 마크롱은 '민심 수습' 차원에서 유류세 인상안 철회와 근로소득세 인하,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부유세의 원상복구 요구는 거부했다. 그는 부유세 완화가 "부자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인의 국가개혁 노선에 유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임을 노리는 마크롱이 이번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20년 만에 재선 대통령 탄생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은 아마도 지난 5년간의 경제적 성과일 것이다. 그의 친기업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빨리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실업률은 7.4%로 2008년 이후 가장 낮다. 이런 결과는 마크롱 정부가 법인세와 연대세(solidarity tax) 인하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팔을 걷어붙인 결과이다. 그의 집권 기간 세계 유수 기업들의 프랑스 투자 계획이 줄을 이었다. 불과 2~3년 전 심각한 재정난으로 폐쇄위기에 몰리던 르노 자동차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수년째 계속되어온 마크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유렵에서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가 들어서면서 스타트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 테크기업이 25개 이상 생겼다. 특히, 700억 유로에 달하던 생산세는 100억 유로 정도 인하됐다. 국가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생산세는 기업 이윤에 관련 없이 토지나 매출 규모, 종업원 수에 부과된 것으로 다른 EU 주요국들에 비해 높아 특히 프랑스 중소 제조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또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프랑스 전역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행정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러한 일련의 개혁이 경제 회복과 실업률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마크롱 정부는 이웃나라 독일과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려면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개혁을 위해 남은 작업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특히 연금개혁은 마크롱이 아직 풀어야 할 주요 숙제이다.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의 대표 공약은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식의 개혁이다. 그는 2017년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계를 단일 국가연금 체계로 바꾸려다 노동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마크롱과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연임을 해야 오랫동안 진행된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치유해 독일을 비롯해 좀더 부유한 유럽국가 수준으로 성장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그의 개혁실행 과정에서 노출된 오만한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에 비판적이다.  또한 부자들로부터 서민들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많은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구매력 상승 지표에도  불구하고 고물가로 생활수준이 나아진 게 별로 없다고 불평한다. 

마크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며 유럽의 지도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외교·안보와 연금 개혁에 몰두한 반면 르펜 후보는 물가급등과 소득세 등 민감한 국내 이슈에 대한 집중 대응으로 차별화를 선택했다. 본질적으로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반난민·반이슬람·반유럽연합(EU) 등을 강력하게 주창하며 프랑스 이익을 우선시 하는 배타적 극우파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 발짝 물러서 민생 안정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30세 이하의 소득세 폐지와 기초연금 인상, 휘발유와 전기의 부가가치세 인하 등 생활밀착형 의제에 집중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공략했다.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이색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 후보는 2017년 대선 켐페인 도중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개인적 우호감을 과시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그의 친(親)푸틴 행보는 이번 선거에서 큰 악재이다.   

르펜이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에 패배하더라도 5년 전에 비해서 그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접전이 예상된다. 또한 6월에 치러질 의회선거에서 그의 국민연합이 호성적을 거둔다면 유럽이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이후 또 한번의 혼란과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르펜 후보 측에게 승리의 관건은 '반(反) 마크롱 전선' 확대로 1차 선거에서 자신과 멜랑숑 후보를 지지한 젊은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 이탈을 막는 데 있다. 이런 과정에서 르펜은 자신이 그동안 찬양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이 지녔던 극우 포퓰리스트 발톱을 더욱 감추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중도'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강력한 프랑스, 나아가 강한 유럽을 주창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은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나하면 좌·우 중도 정치 세력이 연대한 '공화국 전선'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의 집권을 거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마지막 변수인 오는 20일 TV토론이 기다려진다. 


(미니 박스)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제도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달리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중임제이다. 2002년부터는 대선이 치러진 한달 후에 총선이 실시되도록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그리하여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그 기세를 몰아 총선에서 승리하며 다수 여당이 되고 있다. 선거는 1차와 2차 두 차례 나뉘어 1차 선거 때 가장 득표수가 높은 두 후보가 결선에서 대결한다. 프랑스도 한국처럼 진보 좌파와 보수 우파가 오랫동안 권력을 분점해 왔다. 5년 전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선언한 비주류 정치인 마크롱의 당선은 프랑스 정치사를 지탱해온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의 몰락을 가져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시위로 인해 선거가 앞당겨져 마크롱 정권과 출범시기가 비슷했다. 두 사람 다 적폐청산과 국가 개조의 구호는 같았지만 정책 방향은 너무 달랐다. 마크롱은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 정권과 달리 '노동자 천국'으로 불리던 프랑스의 개혁을 진두지휘 했다. 공무원을 감축하고 빚투성이 공공부문의 군살을 뺐다. 현실에 바탕을 둔 친기업 정책, 규제완화와 노동 유연성 확보 노력은 투자가들의 눈길을 프랑스로 돌리게 만들었다. 마크롱이 재선 된다면 그의 2기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 시기와 비슷해진다. 마크롱의 정책 방향과 엇비슷한 윤 당선인은 지난 5년간 프랑스가 이룩한 경제개혁의 성과나 과정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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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 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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