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기업과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4월에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전망되고 있지만 국채 금리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지난 8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최종 호가 수익률은 전날 대비 0.082% 오른 연 2.987%를 기록했다. 작년 말 1.799% 대비로는 올해에만 118.8bp(1bp=0.01%포인트) 뛴 수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월 6일 2.013%로 2%를 돌파한 데 이어 3월 25일 2.505%를 기록하며 2.5%를 넘어선 바 있다. 이후 금리는 우상향을 이어가면서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행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가계부채 리스크는 금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도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이슈도 채권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추경 편성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채권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빅스텝과 물가 상승률이 가파른 만큼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지면 대출금리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대출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물 금리가 2.9% 수준까지 오르면서 2% 이상 기준금리를 반영하고 있는 점과 높은 물가 흐름, 미국의 가파른 긴축 속도를 감안해 연말 금리 수준을 1.75%에서 2%로 상향 조정한다”며 “5월과 8월, 11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높은 물가와 대외 통화정책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외에도 은행채도 크게 뛰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일 연 3.352%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109.3bp 뛴 수치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출 금리는 최고 6%에 달하고 있다.
연초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 가계의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이 3조2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출자 1명당 연 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05만8000원으로 16만2000원 늘어나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축소 중인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대출 축소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는 말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받는 돈보다 주는 돈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된다”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이유는 금리차가 축소되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관리‧축소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