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독주 시즌 2

2022-04-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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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입법 독주’의 선봉장이었다. 그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공수처 설치와 민주당식 ‘검찰 개혁’을 앞장서서 밀어붙였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법들을 법사위에서 일방 통과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그때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장담과는 정반대로, 결과는 전세 가격 급등과 부동산시장 불안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아무런 구실도 하지 못한 채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민주당식 검찰 개혁은 대장동 의혹 하나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을 패싱하며 밀어붙인 입법 독주의 성적표는 낙제점이었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민주당이 연패하게 만든 민심 이반의 큰 요인이었다.
그런 윤 위원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을 이끌어가는 비대위원장이 된 것이다. 지난해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 윤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협치와 개혁을 선택하라면 개혁을 선택하겠다. 협치라는 말은 저희가 선택할 대안은 아니다.” 사람들이 왜 그를 가리켜 ‘강성 친문’ 정치인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서 민주당은 협치가 아닌 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여념이 없다. 이미 3월 25일 민주당 의원 11명이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했다. 당내 강경파의 대표 격인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윤석열 당선인의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이 법안에는 김남국·김의겸·민형배·박주민·최강욱 의원 등 ‘처럼회’를 함께하는 강경파 정치인들이 동참했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매달렸던 네거티브전의 기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어 민주당 강경파 의원 20명은 김남국 의원의 대표 발의로 '수사 관련 고위공직자의 공소시효 정지법'을 지난 8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고위공직자가 공직 재직 중에는 본인과 그 가족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것인데, 윤석열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 윤 당선인 측을 겨냥한 법안들을 내놓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에서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복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강경파 의원들의 이 같은 법안 발의는 대선 패배에도 달라지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민주당에는 패배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다시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형국이다. 바로 그런 오만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고 정권을 내놓게 된 것인데, 입법 독주에 다시 박차를 가하려는 상식 밖의 분위기가 득세하고 있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입법을 당론으로 서둘러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의 태세이다.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검수완박은 우리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민주당은 한 달 뒤면 집권할 야당을 패싱하고, 그런 중대한 법안을 기어코 밀어붙이겠다는 ‘입법 독주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검수완박은 당연히 국가 수사 역량의 저하를 낳게 될 것이다. 경찰의 수사 능력만 갖고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불가능함을 민주당 의원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정책 의총 직후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자신들도 그러한 예상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 의원은 편지에서 "기존 검찰 수사 영역인 6대 범죄는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고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돼야 한다"며 "지금도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담당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가 수사 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국가 수사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6대 범죄 수사권을 ‘그냥 증발’시키면서까지 검수완박을 밀어붙여야 할 이유를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뀌고 나서 자신들이 관련된 범죄 사실의 어떤 것이 드러날지 모르니 어떻게든 막으려고 저러는 것 아니겠냐는 세간의 시선이 설득력을 가질 만도 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새 대통령이 법률 공포권을 갖게 되는 5월 10일 이전에 어떻게든 검수완박이 공포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은 요즘 검찰·언론 개혁 입법 추진을 당에 요구하며,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 명단을 작성해 돌리고 문자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반대한 적이 없다”며 줄지어 해명에 나서고 있다. 당초 민심의 역풍을 의식하여 속도 조절을 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검수완박을 외치고 나선 데는 이들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무척 암울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잃어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되었으면서도, 그 원인조차 성찰할 줄 모른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 이후 다시 한번 입법 독주의 고삐를 죄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매우 비상식적이다. 그런 모습은 민주당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검수완박의 구호를 듣노라면 팬덤 정치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강준만 교수는 얼마 전에 출간한 <좀비정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증오를 먹고사는 정치인 팬덤은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사전에 ‘책임’이란 단어는 없다.” 잘했든 못했든, 그래도 지난 5년간 나라를 책임졌던 정당이다. 그런 당이 마치 야반도주(夜半逃走)라도 하듯이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서둘러 검수완박을 해치우겠다는 모습은 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우리가 나라를 맡겼던 그 정당이 과연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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