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욕설부터 핵위협까지…"南 선제타격 시 주적 전환"

2022-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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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잇단 대남 강경 담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과 5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전 발사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문제 삼으며 담화를 내놨다.

서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훈시를 통해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은 3일 막말을 서슴지 않고 서 장관을 맹비난했다. 북한 내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유사한 내용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다만 5일에는 노골적인 막말 대신 정제된 표현을 썼다.

◆김여정 "南 선제타격 망발에 심각한 위협 직면할 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 부부장의 최근 담화는 지난해 9월 25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그는 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어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에 대해서는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또 북한을 스스로 '핵보유국'으로 칭했다.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북한 내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비서도 서울과 남측 군을 괴멸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박 비서는 "우리 군대를 대표해 길지 않게 한 가지만 명백히 경고하겠다"며 "만약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지금 조선반도는 정전 상태에 있다"며 "더욱이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소한 오판과 상대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도 위험천만한 충돌로, 전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서 장관을 향해선 "허세를 부리면서 망언을 늘어놨다"며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고 비난했다.

박 비서가 언급한 '서울의 표적'은 1994년 당시 박영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말한 '서울 불바다'를 연상케 한다. 그해 남북 실무대표 접촉에서 박 부국장은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불바다는 북한의 대남 위협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재등장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동안 잠잠했으나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사용됐다.

"남한, 우리의 주적 아냐···선제타격 시 상황 달라질 것"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성에 안 찬 듯 비방을 이어갔다. 지난 5일에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 군이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그 어떤 조건 하에서라는 전제를 달고 선제적으로 우리를 타격할 가능성에 대해 운운한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좋지 않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담화와의 차이점이라면 비난 강도가 다소 줄었고, 남한은 기본적으로 '주적'이 아니라고 부각한 데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도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다시 말해 남조선 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 장관에 대해선 일부 거친 언사와 비아냥도 있었다. 김 부부장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다"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또 "끔찍한 말로를 피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때 없이 건드리지 말고 망상하지 말며,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있어도 참변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담화 내용이 한층 강경해졌다면서 김 부부장이 서 장관 발언을 빌미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데 집중했다. 일부에서는 김 부부장이 핵 위협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이유가 한·미의 선제타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봤다.

한편,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와 관련해 "핵보유국 지위나 핵 무력 등을 거론하는 부분 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자는 "우리는 지금이 정부 교체기이고, 북한은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하는 여러 주요 기념일들을 앞두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인 시기인 만큼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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