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고물가 흐름이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안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달 4%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주요 선진국들도 30~40년 만에 6~7%대 최고 수준의 물가 오름세를 겪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집계하는 통계청 생각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곡물 가격,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불안 요인들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본다. 석유류는 지난달 물가 상승을 주도한 항목이다. 러시아발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31.2% 뛰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53%포인트(p) 끌어올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불안으로 가까운 시기에 물가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여파로 연간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 수 있다고도 봤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을 방법으로 금리 인상을 제시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내려가고, 나라별 긴축재정과 금리 인상 정책으로 세계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봤다. 최대 변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추경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경을 추진 중이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28조4000억원)과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35조1000억원) 편성액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강 교수는 "소상공인을 살리는 추경안은 윤 당선인 공약에도 담긴 만큼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은이 이자율을 계속 올리는 것이 (물가 안정화)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윤 당선인 측도 50조원 규모 추경이 고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심히 살필 계획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많은 국민이 힘든 상황을 고려해서 힘을 드리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추경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것이 물가 상승 혹은 금리와 연동돼 민생을 해결하는 데 어떤 변수가 있을지 확인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