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10시께 서울 경복궁역 인근 호프주점. 가게에 비치된 테이블 10개 중 한 테이블에서만 손님 3명이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사장 A씨는 "코로나 유행 후 손님이 계속 줄었다. '신규 방역 정책' 이후에도 손님이 딱히 늘지는 않았다"며 하소연했다. 인근 다른 주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명세를 탄 몇몇 식당 외에는 빈 테이블이 손님이 앉은 테이블보다 많았다.
5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날 시행된 '10인 12시' 제한 방역 완화 정책에도 자영업자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만 명대를 상회하는 확진자와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로 만남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 이들의 평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역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진자 유행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창동 먹자골목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애매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나 손실보상금 같은 것보다 확진자가 빨리 줄어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확진자 숫자부터 확인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방역 완화가 즉각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으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회식 등 모임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취재진이 서울 주요 도심 상권을 돌아다녀본 결과 모임 가능 인원이 확대됐지만 10명 수준 단체 손님이 있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단체 손님이 있어도 7명이었다"며 "1주 전부터 손님이 약간 늘었지만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절망적이다. 그전처럼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거리두기 완화로 회식이 늘 것으로 보고 2차 코스인 노래방 매출도 늘겠거니 기대했지만 직장인들 회식이 간단히 1차에서 끝나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공동대표는 "밤 12시까지 영업을 하니까 전보다 낫다"면서도 "이제 인원 제한은 의미가 없다.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막고 만남을 피하면서 회식 문화가 없어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감소가 없다면 당장 자영업이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시일 내 확진자가 급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주 뒤 방역정책을 철폐하더라도 과도한 완화 시그널을 주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한 달 정도는 지금처럼 20만명, 30만명 수준으로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며 "5월은 돼야 확실하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