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시아 벼랑 끝으로 몰아야"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항공기 임대를 비롯해 철강 제품, 사치품, 제트연료 수출 금지 등을 5차 제재안에 담을 수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제재안은 아직 논의 중으로,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러 제재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기존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제재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EU가 단행한 조치는 러시아 은행 7곳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국방·에너지·통신 및 항공 부문을 포함한 러시아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 차단, 유럽 영공에서의 러시아 항공기 비행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리가르히 등 개인에 대한 자산 동결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EU 항구를 이용하는 러시아 선박에 대한 금지, 강도 높은 수출 제한 및 석탄·석유 또는 천연가스 등에 대한 금수 조치 등이 남은 카드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은 러시아 정부의 국채 상환을 막으며, 러시아를 디폴트로 몰고 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오늘은 러시아가 추가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마감일"이라며 "4일을 기해 미국 금융기관 내 러시아 정부의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에 대한 상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미국 내 금융기관의 러시아 계좌에 있는 달러로 국가 부채 상환이 5월말까지는 가능할 것이란 보도들이 잇따랐으나, 상황이 바뀐 셈이다.
금속, 석유, 석탄에 제재 가할까…산업계 타격 불가피
일각에서는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는 팔라듐, 니켈, 알루미늄, 철강, 구리의 주요 공급국이다. 현재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철강을 제외한 구리 등 러시아산 금속 대부분은 세계 각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월 각종 금속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컨테이너선 등이 러시아 화물 운송을 거부하는 데다가 팔라듐 등 희귀금속은 보통 항공 운송을 통해 수출돼 사실상 제재를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러시아 항공기 대부분은 현재 운항이 금지된 상태다.
러시아산 석유, 석탄에 대한 단계적인 금수 조치나,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즉각적인 수입 금지 조치에 나서기에는 독일, 헝가리 등의 반발이 커서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 수입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끌어 올리며,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물류망 교란이 각국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자동차, 반도체 등 산업계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제재는 "세계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쟁 자체의 예측 불가능성,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함께 대러 제재의 영향이 잠재적으로 폭발적 (위기)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