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증권업계의 상당수 최고경영자(CEO)가 재선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안정 속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권산업의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 등 녹록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아주경제는 올해 재선임에 성공한 대형 증권사 CEO들의 경영 행보를 되짚어보고 향후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본다. <편집자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6년 연속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증권업계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 사상 첫 연간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 등 뛰어난 경영 성과를 일궈낸 결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이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설립된 뒤 약 20년 만에 200배 성장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올해 신년사에서 최 회장은 가장 첫 번째로 비즈니스에서 자본과 비용, 인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성과와 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자원을 배분하고, 조직 간에 서로 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30대와 40대 초반 직원들이 지점장으로, 또 50대 초·중반 임원들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지난해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선 만큼 내실을 더욱 공고히 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만큼 디지털 세대들을 집중 공략하고, 혁신 기술과 상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21세기 초유의 팬데믹을 겪으며 비즈니스 전역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젊은 리더들이 등장하고,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가 되었으며, 사회 전 영역에 디지털(Digital)이 필수 요소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각자 비즈니스 영역에서 제도, 환경, 기술 등 변화와 경쟁사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며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달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고객 우선’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고객 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주주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주 환원 정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출범 이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섰으며 지난해 8월에는 향후 3년(2021~2023년)간 주주 환원 성향을 조정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지급한 배당금과 올해 소각한 자사주 총 금액은 약 3622억원으로 주주 환원 성향인 30%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른 금융투자업계 시각도 긍정적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안정되면 국내외와 미래 산업 등 다각도로 진행해 온 투자 성과의 가시화가 기대되지만 현재는 투자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시점”이라며 “자기자본이 10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기존 국내 증권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본 활용이 기대되며. 그룹 내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타사와 비교되는 투자 행보는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특히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은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주당 배당금으로 300원을 확정했고, 자사주 1000만주(836억원) 매입, 2000만주(1,740억원) 소각을 결정했다”며 “과거에도 주주가치 제고는 추가적인 다운사이드 폭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고,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통한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을 부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