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은 해군 대령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해군 A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소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대령은 B소령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사실을 알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지난 2010년 사건이 벌어진 근무지에 배치된 후 직속 상관인 함선 포술장 B 소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그 결과 원치 않은 임신도 했다.
1심이었던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B 소령에게 징역 10년을, A 대령에게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범행 당시 저항하거나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두 사람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고등군사법원은 B 소령 사건에 대해 "범행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A대령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은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 기억에 의존한 것인데, 그 진술 내용에 모순이 되는 부분과 객관적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피해자 기억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대령의 경우 피해자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성폭행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보고 신빙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는 일부 사정만으로 진술 전부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B소령의 경우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고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실심 법원은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