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동안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정점을 찍자 은행권이 그간 주춤했던 해외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하늘길에 숨죽이고 있던 항공업계도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 달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지점을 오픈한다. 작년 대만 금융당국에서 지점 개설 인가를 획득한 지 8개월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만은 우리나라와 수출·수입 규모가 6위권인 주요 교역국”이라며 “운영 초기에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올해 2분기 중국 베이징 지점, 하반기 호주 시드니지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최근 예비인가를 획득한 인도 노이다지점도 연내 오픈이 목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12개국에 14개 이상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2022년은 글로벌 수익센터 원년이 돼야 한다”며 새 투자기회 발굴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천명한 바 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미국 뉴욕에 ‘북미심사센터’를 신설했다. KB는 기존 아시아심사센터와 더불어 글로벌 전 지역 여신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심사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또한 해외심사센터 전결권도 신설해 해외 현지에서 여신 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코로나와 맞물려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해외사업 강화는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금융권 수장들의 주된 관심사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주 취임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와 선진시장 진출 강화를 예고했고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최근 주총에서 “향후 3~5년 내에 인니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와 강화 의지를 밝혔다.
금융권뿐 아니라 항공업계 역시 2020년부터 중단했던 신입사원 채용을 재개하며 움츠렸던 어깨를 펴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신입 객실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22일까지 안전운항을 위한 법정 훈련을 진행하고 순차적으로 실전 비행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 참여한 객실승무원들은 2019년 하반기에 채용됐으나 코로나 여파로 입사가 미뤄졌다.
제주항공의 채용 재개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 이후 두 번째다.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0월 신입 객실승무원 공개채용을 시행했는데 총 20명 모집에 3500여 명이 지원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발생 이후 2년 만에 첫 항공사 공채인 만큼 항공사 취업준비생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휴직 승무원들을 상대로 복귀 훈련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국제선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착착 나서고 있다. 중국·일본·동남아·대양주 등 40여 개 국제노선에서 정기노선 허가를 받고 지속적으로 국제선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항공사 외에도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조만간 늘어날 항공 수요를 대비해 채용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입국자 7일 격리가 면제되면서 관광 항공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동남아권 항공기편을 중심으로 노선을 늘리는 만큼 우선은 휴직자를 복귀시키고 점차적으로 신규 채용을 늘릴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