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쇼크 변액보험 위기] 증시 쇼크에 변액보험 직격탄…순자산 100조원 밑으로 추락 우려

2022-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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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변액보험 순자산 6조원 증발…생보사들 영업 전략 선회할 듯

[사진=픽사베이]

 
변액보험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증시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변액보험 순자산액 2달 반 만에 6조원 증발

올해 초부터 주가가 하락하면서 변액보험 순자산액이 6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생명보험사가 운용중인 변액보험 1786개 펀드의 순자산액은 106조7705억4200만원으로 지난해 말(112조3209억600만원)보다 5조5503억6400만원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초 코스피가 3000을 넘어 3200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변액보험 순자산 규모도 117조2006억원까지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고점 대비 11조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투자 수익률을 환급금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변액보험 순자산액이 감소한 데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증시로 향하던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지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세계적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

실제 국내 증시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3300선을 넘은 뒤 올해 1월 중순까지 3000선을 유지한 뒤 1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600~2700선까지 하락하며 두 달 만에 10% 이상 빠졌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초 27조4000억원 이상까지 확대됐던 변액보험 내 주식 비중은 최근에는 20조원 수준으로 7조원가량 줄었다. 자산구성 내 비중으로 보면 주식 비중은 20%대 중반에서 10%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도 변액보험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해왔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올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보다 8.7% 감소한 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도 4.7% 감소한 15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투자상품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투자상품의 수요는 확대되고 있지만 직접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로 계약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며 "변액저축성보험의 경우 내년엔 초회보험료가 4.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상반기 변액보험 성장은 생명보험 전체 성장에 기여했다"며 "변액보험 감소로 2022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021년 4.3%에서 2022년 1.7% 증가로 흐름이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액보험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든 데에는 높은 계약해지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변액보험 가입자가 납입 2년을 넘기고 계약을 유지하며 낸 보험료는 10조1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변액보험에 새로 유입되는 고객도 늘어나는 와중에서도 관련 상품에서 중도 이탈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변액저축성보험(변액연금보험과 저축성 변액유니버셜보험) 월별 해지율은 2020년 12월, 2021년 1월 각각 1.79%, 2.2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11월 변액저축성보험 월별 해지율인 0.84~1.55%를 상회하는 수치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 열풍이었던 지난해에도 중도 해지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며 "투자 환경 개선에 힘입어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보험 상품인 만큼 당장의 투자 환경만 보고 가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변액보험 올인했던 생보사들 영업 전략 선회 불가피

지난 2년간 변액보험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은 증시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도 있었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변액보험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전략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영업이 위축된 만큼, 방카슈랑스 판매가 가능한 변액보험 쏠림 현상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4개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1조854억원)보다 142%(1조5427억원) 이상 급증한 2조6281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9년 상반기(8229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로, 해당기간 보험사의 영업 지표로 활용된다. 초회보험료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해당 기간 관련 상품 판매 실적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같은 기간 생보사의 총 초회보험료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6월 말 기준 올해 생보사의 총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3조4623억원) 12.2%(4227억원) 늘어난 3조8850억원이었다. 올해 생보사가 판매한 보험 상품 중 3분의2 이상이 변액보험인 셈이다.

생보사 별로 보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5600억원으로 1년 전(5218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MVP펀드 시리즈는 올해 출시 7년 만에 순자산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과 KB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9%, 30.7%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까지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30억원에 불과했던 흥국생명의 경우 올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366억원으로 1년 새 10배 이상 불어나기도 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대면 영업에 사실상 불가능했고, 수요가 많았던 외화(달러)보험은 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에서 올해는 변액보험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변액보험 가입이 줄어들 경우 생보사의 영업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년간 지속된 변액보험 집중 판매 전략을 이제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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